20210813 오전 3시

기록/생각 2021. 8. 13. 03:27 |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사람이나, 세상에는 슬프고 괴로운 일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은 전혀 불행하지 않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들은 자신이 불행해야만 한다는 환상과 강박에 잡아먹힌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불행한 것만으로는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상처나고 뒤틀린 세계관에 남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마도 무의식적으로─부단히 노력한다. 어찌보면 그들 자신이 불행의 늪에 잠겨있다고 믿으면서도 삶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란 그것 뿐이다. 그들에게는 수동공격적인 악의밖에 남은 것이 없다. 이해도, 치유도, 자기자신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방법도 그들은 원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불행해야만 한다고 광신하며, 그들의 신인 비극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오로지 증오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단자들을 개종시키려는 병든 의지로 가득하다. 홀로 종교심판관이 된 그들은 추악하고 혐오스럽다. 불행과 비극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종교적인 것이기 때문에 개선도 치료도 불가능하다.

 그들은 인간의 본질적 악성을 증명하는 가장 손쉬운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희극 무대에서 외로이, 꿋꿋하게 비수와 이를 동시에 갈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불쾌하면서도 더 없이 우스꽝스럽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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