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취(腐臭)

글/시 2021. 7. 30. 01:37 |

부취(腐臭)


매미가 울면 마을은 가난해서
들척지근하게 썩는다

담쟁이넝쿨 까맣게 붙은 벽
도둑고양이는 다 삼키지 못한 계절을
왁왁 뱉어놓고

계단참에 엎질러진 거실
생활의 내장에서 왱왱거리는
아스파탐, 소주 냄새

매미가 울면 온갖 산 것들이
대기에 포자며 정충을 풀어놓아
허파는 차라리 익사를 꿈꾸며 헐떡이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새날이 밝으면
먼 데서 날짐승들이
부취를 모조리 쪼아먹으러 올 것이다

그러니 매미가 울어도 가난해도
나는 이끼 짙은 그림자 밑에 자욱한 연기로 서서
백 번의 새벽만 날갯짓으로 오고 갈 것을
생명이 송두리째 썩어 다시 하얗게 탈취될 것을

밤마다 기도하며 하늘로 분향하는 것이다

Posted by Lim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