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의 오른 어깨를 뽑아 가방에 넣는다
지퍼에 낀 연골을 구겨 넣을 때
어디선가 설렁탕 냄새가 났다
한쪽 소매를 펄럭이며 나서는 비장한 외출
자신의 처절한 절연과
오른팔의 가격에 대해 따져볼 때
사람들의 생각은 아, 저기
외팔이가 가는군, 그 정도로 끝나며
그것으로 충분하기도 하다
전철의 노약자석에 그는 앉지 못한다
노약자의 의미에 대해 바쁘게 생각하는
짧은 공황이 마침표를 찍을 때
벌써 그는 출판단지에 어설프게 발을 디딘다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결심하며
빌딩의 4층으로 올라가
어느새 편집부장이 된 박씨를 부른다
가방을 내밀고 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스스로 다짐하는 말을 내뱉으면
부장은 지퍼를 열고 뼈 냄새가 나는 팔을 살펴본다
그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확인하는 즉시
외팔이의 어깨는 연체동물처럼 돋기 시작한다
그야 그렇지, 이것으로
끝일 리가 없지
두 팔을 휘두르며 걷는 출판단지
새들이 조롱하듯 노래하고
하늘은 징그럽게 파랗고
무너질 기색도 없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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