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의 밤
나는 너를 생각하며 웃고 있다
너는 분명히 불행의 한가운데에 있으리라
내 하나뿐인 사랑
너는 증오로 내게 칼을 휘둘렀고
나는 시뻘건 흉터 자국을 되갚아 주었다
분명 이곳에서 가장 먼 곳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너는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르며
왕으로 추대받아 살고 있다
내 입술 자국이 차갑게 얼어붙으리라
내 입꼬리에 고드름이 맺히리라
단 한 번이라도 용암처럼 고함질러봤으면
나의 추태뿐인 축제에서
사랑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너를 만나러 하루하루 파란 알약을 모으는 나를
너는 비웃을 리 없다, 고통에 비명 지르고 있을 테니
웃는 것은 언제나 내 쪽이었다
내가 불행하다고는
아무도 추측하지 못했다
거짓말의 혀와 미로의 뇌간 사이로
나는 전부, 훌륭하게 속여넘긴 것이다
나 자신마저도! 내가 뱉는 모든 말은
쓰는 모든 글은
짓는 모든 표정은
거짓말이요 허구요 픽션이요 주르륵 앉은 관객들과
연기자인 나 자신을 속여 벗겨 먹는 사기에 불과하니
나는 너를 하나뿐인 사랑이라고 말했다
내 축제에 사랑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것이다.

땅을 보는 건 짜증이 나. 맨정신일 때는 무섭지. 나의 작은 방에서 벗어나 인생을 모조리 겪으려고 태평양도 건너가 나는 작은 방을 빌렸지. 차라리 술에 있는 대로 취해 황색 인종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거리에 엎어졌어. 그러나 하늘에라고 돌아갈 구석이 있는 건 아니었지. 어디에 있건 나는 헤매며 쫓기고 쫓아다닐 뿐이었는데, 누군가가 쓴 글은 이렇게 시작하지. <나는 태생적으로 방랑자이다.> 방랑자라면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할 것을. 공허에도 날 부르는 자리는 없고 내 의자도 없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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