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나더러 냉소적이라고들 하지만
냉소보다는 오히려 익은 게딱지처럼 시뻘건 사람입니다, 라고
텅 빈 방에서 나는 손을 내밀며 설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대사가 바닷가 사금파리처럼 보잘 것 없어
미간을 구기며 몇 번이나 문장을 손봤더랬다
냉소적이라고들, 그러나 게딱지처럼 시뻘건……
내민 손을 늘어뜨리고 4시를 가리키는 시계와 눈 마주치고
너무 이른 시간에 내 방에서 길을 잃었다
이불 위에 무너질 수도 의자에 파묻힐 수도 없는
뭔가 할 말이 있어 우물거리는 나의 몸뚱이

창문엔 외풍 들지 말라고 거울처럼 은박지를 발라 놓았고
벽지 곳곳에는 내 발작의 파편들이 적혀있고, 이것은 분명
이사 갈 때 돈 문제가 될 것이다
살아있는 게딱지는 참 소름 돋게 시퍼런 것이지

내 안의 뜨겁던 것들은 어느 겨울로 숨었는가
몸이 푸른 갑각류들은 무슨 색의 심장을 가졌나
4시의 시곗바늘에 나는 입이 꿰였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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