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한파

기록/생각 2021. 1. 10. 17:40 |

 날씨가 추울수록 이런저런 모퉁이에 몸을 박고 다니는 것 같다.

 쓰레빠 끌고 담배 태우러 나가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날씨가 미쳤나 싶은 전날은 골목으로 돌아오다 왼발 오른발 골고루 벽돌에 처박았다. 한기로 둔해진 발끝을 벽돌 모서리에 찧으니 감각이 참 묘했다. 집에 돌아와서야 눈물이 나오도록 아파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싶었다.

 돌이켜보면, 매해 겨울만 되면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다. 어디서 갖다 박았는지도 모르겠고, 샤워할 때야 알아차리는 것이다. , 여름, 가을은 나름 두 다리 짱짱하게 펴고 걸으면서 날만 추워지면 이 꼴이다. 그러고 보니 술 마시고 넘어져서 아스팔트에 얼굴 반쪽 갈아버렸던 것도 겨울 아니었나?

 대체 왜 이럴까. 춥기가 싫어서 몸이 그냥 죽으려고 하나.

 몸만 부딪고 다니면 다행인데 정신에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추운 날일수록 외롭고 술고파서 사람 만나러 싸돌아다니다가 괜히 누군가의 한마디에 머리부터 깡 소리 나게 부딪치는 것이다.

 주차하느라 늦었습니다. 벌써 많이 취하셨나 봐요.

 이런 소리만 듣고도 기가 팍 죽어서 또 벽돌에 발 찧은 기분이다. 차 가져오셨는데 저만 취해서 죄송합니다. 오시는 시간 못 기다리고 그새 많이 취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사죄할 용기도 없어서 혼자 연거푸 마셔대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의사 말로는 겨울이 되면 신경계도 안정된다고 하더니, 신경계가 안정됐는지는 모르겠고, 몸이고 마음이고 여기저기 나도 모르게 찧고서 아파하느라 추워 죽겠다.

 계절은 겨울이고, 몸은 곳곳이 얼어붙은 듯 푸르고, 마음은 저 혼자서 엄동설한이다.

 요새는 술 마셔도 춥다. 취할수록 더 춥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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