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5

기록/생각 2020. 11. 5. 23:17 |

언젠가부터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이 생겼다.

그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애당초 난 사고가 폭주하는 것을 피하려고 모든 정책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임산부 배려석의 설치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 불만도 없다.

하지만 그 문구 때문이다.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배려' 였던가.

내가 미친놈인 것이 잘못이다. 내가 정신병질자인 것이 문제일뿐이다.

그 '주인공'이라는 단어 하나가 뇌로 침투하여

맥박이 미친듯이 뛰고, 심장이 구겨지는 것 같고, 머릿속이 온통 헝크러져 생각에 생각에 생각이 날 시꺼멓게 만들고

거기서 눈을 돌려도 하얗게 프린트 된 '주인공'이라는 단어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걸음을 빠르게 만들고 뛰게 만들고 손은 끊임없이 주머니 속 담뱃갑을 돌려대고

길가의 그림자 어딘가에 권총 한 정 떨어져있는 환각까지 어른거리고

뇌수를 저주하고 변연계를 저주하고 대뇌피질을 저주하고

그러나 약을 먹고 눕기만 하면 모든 것이 리셋되고 하루는 끝난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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