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6

기록/생각 2020. 8. 26. 00:20 |

 어제 아침에 일어나자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 때문에 고생했다. 하복부에서 불알까지 연결된 뭔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한 시간 넘게 지속됐다. 별로 놀랍지도 않다. 이렇게 담배를 태워대고 매일 술을 마시니 어딘가는 망가지겠지. 여하간 그 통증을 겪으면서 담배를 피우러 계단을 내려가는 내가 미련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뭘 했더라. 그렇지, 오후 2시에 은행일을 보러 바람도 불지 않고 찌는 듯한 날씨에 40분을 걸어갔는데, 머리고 셔츠고 땀범벅이 되서 창구의 은행직원과 얘기해보니 굳이 신한은행까지 오지 않더라도 집앞에 있는 지역농협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멍청한 새끼. 직원이 ATM에서 처리하면 수수료가 더 싸다고 했지만 거기까지 간 게 아까워서 그냥 수수료 2천원을 내고 송금한 뒤 돌아왔다. 분명 나중에 통장에 2천원만 남아서 4천원짜리 담배를 못 사 손가락을 물어뜯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온종일 방바닥에 늘어져서 아무것도 안 했다. 스피커에서는 병신 같은 라디오헤드 음악만 계속 흘러나왔다. 점점 우울해지고, 점점 끔찍한 기분이 되고, 어딘가에 권총 한 정이라도 떨어져있으면 신을 믿게 될 텐데. 그게 야훼일지 알라일지 심지어는 제우스일지 나도 모르지만.

 어느새 밤이 되서 동생이 사다 놓은 맥주를 마시다가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뒷편 빌라에서 어떤 미친새끼가 뜬금없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목소리는 전날에도 들었다. 비가 왔는데, 천둥이 칠 때마다 박자라도 맞추는 듯이 고함을 질러댔다. 또 한 번,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 동네에 사는 인간들은 죄다 이 모양이다. 고함, 괴성, 욕설, 파괴음. 물론 나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미 약도 먹어버려서 자려고 건물을 올라오는데, 3층 즈음에서 2주 전부터 이상한 냄새가 난다. 집안에서 된장이라도 띄우는 건지 시체가 썩고 있는지, 하여간에 끔찍한 냄새가 계속 나는데 관리인도 없는 이 건물에서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 한들 말해서 뭐하겠는가.

 이걸 쓰다보니 어느새 26일이 되었다. 알코올과 약기운 때문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왜 또 내일이 와야 하지.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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