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열정이 아니고 열병이다. <할 수만 있다면> 영혼과 인생을 전부 팔아서라도 걸작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곤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인간이 예술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그따위 것을 사서 그 대가로 영감을 주는 짓거리 따위는 하지 않으며, 또 신도 악마도 인간의 인생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증명도 되지 않고 표상도 되지 않는다. 믿어야만 할 것이다. 그 어떤 발버둥과 진심어린 저주들로도 사람들의 눈과 입에서부터 내 머리로 떨어져내리는 모멸들을 지우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는 신도 악마도 없기 때문에 그 어떤 가치도 절대적인 정당성을 갖지 못하며, 또 그렇기에 우리가 손에 쥔 모든 것들은 허술하고 구멍투성이다.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당신은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당장이라도 총이든 뭐든, 폭력적이고 단발적인 쇳덩어리를 집어들어 관념과 충동들이 술취한 것처럼 두개골을 두들겨대는 관자놀이에 겨누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몇 번이고 몇 십 번이고 방아쇠를 당겨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도록 히스테릭하게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우리는 파괴적이고 과격하게 산산조각이 나고 싶을 것이다.
 광증은 미치광이를 미치광이로 만든다. 당신은 춥고 캄캄한 어딘가에서 평생 위대함을 위해 희생되어야만 할 것이다. 아아, 고흐는 지독하게도 옳은 말을 했다. 위대함이 위대함이 되는 일은 평생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제발 발광하라. 발광하라. 발광하라. 발광하라. 발광하라. 발광하라. 발광하라. 증오는 관계에 대한 집착이다. 사랑은 범죄고 범죄는 사랑이며 나는 전 세계의 모든 인격자들의 뱃속에 쇠붙이를 찔러넣고 그것의 이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휘젓고 싶은 만큼, 그들 모두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랬나보다. 나는 전 세계 60억 인간들에 대한 인류애가 지나친 나머지 그들을 전부 죽여버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에게 '너도 결국은 미쳐돌아가는 난잡함 속으로 끌려들어갈 것'이라고 손가락질하다 살해당한 모든 이들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나 증오하고 증오하고 증오하고 또 증오하는데. 모든 웃는 사람들과 우는 사람들을, 모든 모든 모든 표정들과 언어들을, 모든 눈과 코와 입과 귀들을 모조리 돌로 짓이겨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데. 발광하라고? 증오라는 집착에서 떨어져나오면 나는 미련을 버린 고고한 미치광이인가?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만이라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들의 골통을 전부 뼛가루로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그들이 그토록이나 사랑하는 관계들 사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고, 또 내가 얼마나 당신들 전부를 눈이 뒤집힐 정도로 증오하는지. 내가 어떤 감정과 방법으로 당신들의 살가죽을 헤집어놓고 싶은지. 나는 분석도 없고 판단도 없는 원색적이고 새빨간 증상이 당신들 눈앞에 압도적으로 들이닥치도록 만들고 싶은 것이다. 적어도, 이 현실이라는 불투명한 막 밑에서 어떤 감정이 울면서 벽에 머리를 들이받고 있는지. 어떠한 허위도 가식도 없는 증오가 이 땅에 두발로 서서 생존하고 있다는 진실을 당신들의 오감에 처넣고 처넣고 처넣고 처넣고 또 처넣어주고 싶은 것이다. 통증을, 통증을 말이다. 통증이 있다는 사실을. 나더러 도대체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아아, 아아, 아아, 적의가 있다. 세상에는 적의가 있으며 끔찍한 공허 또한 있다. 무가치는 강렬한 존재감으로 내 심장을 움켜쥐고 있고, 삶은 자신이 죽어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망상증과 편집증으로 정신을 보호할 수 없는 것은 까뮈가 내 정신에 칼날처럼 박혀있기 때문이다. 나는 적이 있다. 내게는 너무도 병적이나 너무도 구체적인 적이 주체도 못할 만큼 많다. 명증한 시선으로, 명증한 시선으로, 너무도 명증한 시선으로 나는 나의 환각에는 환상조차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위대함이여. 위대함이여. 우리는 그 무엇도 수단일 수 없는 곳에서 태어났다. 예술은 터무니없이 고독하고, 터무니없이 강렬하며, 터무니없이 원색적이고, 터무니없이 유일하다. 끔찍할 정도로 위대한 그것이야말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눈을, 똑바로, 떠야한다. 언어가 될 수 없는 것을 언어로 만드는 짓이 '증명' 될 리가 없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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