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신앙
남쪽 섬에서 심야의 바다를 볼 때 나는 딱히
내 고향의 해변을 떠올리지 않았다
내가 태어났던 항구도시는 이제 더 이상 배를 띄우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고향에 갔었을 때 들렸던 것은
파도소리가 아닌 구름 너머의 수도 없는 제트엔진 소리뿐이었다.
내륙지방의 사막에서는 온 사방이 석유냄새 뿐이어서
거기서는 선인장에 꽃조차 피어나지 않았다
내 웃음소리는 마르고 갈라졌었다
나는 내 동료의 어깨를 잡고 울었다
침조차 말라버린 목 안에서 쇳소리 같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어느 땅에서든, 어느 해변에서든
심지어는 대양의 한복판에도……
언젠가는 태양이 내려오겠지
내 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해님>이라고도 부르지만
아니야, 그 항구성의 불꽃에는 분명히 인격도 신격도 없다.
그 흰색 불의 구球는 생명과 멸망을 동시에 담고
언젠가 이 행성을 통째로 불태워 구원하러 내려오리라.
그 전까지는 차라리 암스테르담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라도 가자
진눈깨비와 미로 같은 운하들, 그리고 영원할 것 같은 안개와
그리고 영원할 것 같은 백야白夜에…… 내 영혼을
적시고 찢어발기고 고문하는, 비생명非生命의 대명사 같은
그런 땅으로 가자.
그만, 나는 더 이상 당신들에게 거짓만을 말하며 살고 싶지 않아
나의 양심이 있어야 할 장소에 버티고 서있는
그 동공洞空의 축축한 허공에는 온통 흉터가 새겨졌다.
「이미 모조리 죽었지만, 차라리 목신牧神들이 여호와보다 오래 살았어.」
그래,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그러니 이제 곧 태양이 내려오겠지.
난 분명히 본 적이 있어. 빽빽한 침엽수의 밀림에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서있는 그림자 같은 짐승을 본 일이 있어.
그러니까 그게, 내 의식이 산산이 해체되기 전의 일이었지, 이런 망할…….
나는 부서져가고 있다. 내가 나를 부숴가고 있다.
내 방 바닥에는 온통 나의 부품들이 떨어져있다.
나사와 못들이 굴러다니고 땜질된 납판들이 여기저기
쌓인 채 새벽부터 다음 새벽까지 찰그랑찰그랑 소리를 낸다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그러나 이 방을 나가면
나는 잠은커녕 눈을 감을 수도 없어
찰그랑찰그랑……. 난 저주 받았다는 기분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러니 그저 기다려야지, 태양이 내려올 때까지
그저 기다려야지, 전후의 황야에 고도는 아직까지도 찾아오지 않았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이상한 표정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쇳빛 입술로 먹먹히 기다리고 있지만, 태양은
태양은 내려올 것이다.
모든 저주의 끈들과 절망의 대양을 불태워버리러
태양은 필히 내려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