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여름
날벌레들 소리 없이 사라진다
철 늦은 모기 내 피를 빤다.
저 암컷 모기 내 떨리는 살 위에서 피를 빤다
뱃속의 알이 되고 자식이 될 것들을 위하여.
그 흡혈이 사랑이라고 나는 되뇌어본다.
이 우주에서 가장 원초적인 사랑의 본질이라고
새벽 내내 종잇장을 말없이 내려다보기만
하던 나는 돌연 소음을 품고 계단을 내려갔다
이른 아침 공원에서 한 쌍의 연인들 시소를 탄다
내 반개한 눈 그 목소리를 듣고 싶어
실례합니다만, 당신들은 도대체 어떤 언어를 사용합니까?
젊은 연인이란 무엇을 노래하기나 한단 말입니까.
알다시피 깊은 산사보다도 정적뿐인 이 도시에서……
그러나 나 이미 소음을 품고 왔고
내 귀 절규와 굶주림의 노래로 꽉 막혔다
새벽 다섯 시란 시간도 이 계절
에는 이미 파랗게 물드는군요. 장님이 아닌 나는
행운아입니다. 흰 구름 부서진다.
문득 옛 사랑을 떠올리고, 그러나 나는 아무 감상도 없어
각각의 의지는 사랑하거나 더러는
다 읽은 신문처럼 곱게 접혀 버려지는 법,
실제로 나는 영혼의 울림을 읽었을 뿐인 것을.
담배를 끊었다. 그 옛날 담뱃진
으로 하얀 벽지 노랗게 물들었던 할아버지 댁,
내가 철들었을 무렵 당신께서는 이미 자리에만 누워
정신없이 잠만 주무셨다. 나는 그의 얕은 숨이 두려워
아버지, 얼마만큼 숨을 쉬면 죽음이 그것을 걷어가나요?
육신이 숨 쉬는 것은 체념인가요? 왜 나는
이리도 일찍 인간이 사라진다는 것을 배워버렸나요?
아무도 모른단다. 심지어는 죽어가는 사람들조차도
병에 걸려 죽음과 손을 마주잡은 이들 조차도, 라며
겁먹은 내 손 꽉 붙잡은 아버지.
그렇다면 나는 아무 것도 손에 넣지 않을래요
대답 없는 아버지, 나는 나 자신에게만 중얼
거렸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뵈었을 때 그는
드물게도 깨어있었다. 당신께서는 아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내 어린 눈동자를 향해
깊은 주름 가득히 웃었다. 뒷걸음질
치는 내 어깨를 아버지의 손이 붙들었다.
흰 구름 부서진다. 파란 아침 하늘
너무 오랜만에 보았다. 나 공원 벤치에 앉아
깨어나는 도시인들 사이에서
내게도 그 피가 흐르고 있어, 중얼댄다.
바람결에 목숨들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