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8
기록/생각 2016. 5. 28. 05:33 |옳아 나는 모든 이들을 내 삶에서 쫓아낼 작정인 것이다. 이제야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내가 이타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것은 더러운 자기합리화다. 그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다. 내가 그녀를 나로부터 떠나게 만든 것이다. 그들이 나를 떠난 것이 아니다. 내가 모든 이들이 나로부터 떠나도록 만든 것이다. 이건 아주 진부하면서도 새로운 것이다. 내가 얼마나 좆되있는지, 가닥을 잡았다.
분명 나도 태어날 때부터 망가져 있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모를 일이다. 온갖 정신의학 학파들과 가설과 치료방식이 존재한다. 그런데 정녕 나는 그것들을 전부 내 영혼에 맞춰볼 셈인가? 이제와서 이성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내 입으로 말할 수나 있는가? 물론 의사들의 말도 맞겠지.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내가 내 치졸한 자아가 너무 소중해서 이 지경에 이르렀든, 내 어린시절이 지랄 같은 비명과 흉터들로 가득해서 이렇게 됐든,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적어도 스스로의 존재를 양심에 호소할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부터 내가 걸어다니는, 나이프와 전기톱을 조합해 만든 괴상하고 끔찍스러운 오브제가 됐든, 그런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현재다. 나는 고독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바로 비극이다. 나는 사람들이 가엾다. 그래서 그들을 증오하는 것이다. 아! 방금 모든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았다.
의식이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 지독하게도 우습다. 내 일생이 나의 무의식에 의하여 스스로를 파괴하고 격리해왔던 것이다! 그것도 인간애를 위하여! 나는 스스로를 가장 혐오스러운 어떤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날 사랑하는 이들에게 내 안의 벌레들을 보여주어 쫓아냈다. 그간 외로움에 허덕이면서 왜 내가 외로운지 자문해 왔는데, 이 고독은 나라는 놈이 만들어 놓은 나의 격리병동이었다. 나는 너무 일찍 피냄새에 구토했다.
오 아냐. 드디어 알겠다. <나>는 실체가 아니었다. <나>는 가장 끔찍한 입체영상이었다. 금연홍보영상에 나오는 모자이크도 가해지지 않은 폐암 수술장면처럼, <나>는 무언가에 의해 의도된 교훈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내 곁에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리둥절한 채,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도망쳐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가장 명확한, 그리고 올바른 것이었다.
역겨운 자기연민 따위는 어디에도 없어야한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큰 기쁨이라서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이 되고 싶지만 인간이 될 수 없다면 인간이 되지 말아야 한다. 치료될 수 없는 병마는 희생자만 만들 뿐이지, 그 병마라는 것을 인간이라고 부르는 미친 놈은 어디에도 없다. 하하! 내가 받을 것은 바로 노벨평화상이다. 나는 기특하게도 스스로 물러나는 역병이다.
당신의 손이 바늘과 송곳과 단도로 만들어져있고 거기에 수은이 흐른다면 외롭더라도 그 누구의 손도 잡아서는 안 된다. 잡을 생각도 해서는 안 된다. 아 제기랄. 내가 가장 혐오하는 것이 감상주의자들이었는데. 나는 내가 나 자신을 오해하는 것조차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