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人, 人
매일을 패배를 마시며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모르는 이들은
땅 끝 저편에나 잠겨있겠지. 고로 나는 말한다.
우리처럼
몸에 털이 많지 않은 종족은
생존에 적합하지 않아
죽어 마땅하다.
빙하기는 언제나 올 것이며 오고 있고
그저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음악이 절망의 고성이기를 그만두고
달콤한 쾌락의 유사품이 되도록 만든 이들이
인간을 인간처럼 만들어버렸다……우리는 모두 불임을 유전 받았다.
우리의 정자는 포르노 회사의 작은 기계장치가 되고
결코 자궁이 아닌 곳을 향해
헤엄친다. 익사자처럼.
시대에 대한 분노는 그만! 제발
오로지 야만이어야만 하는데.
나는 몇 번이나 내 머리를
절개하고 나의 뇌를 끄집어낸 뒤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상상하다가 좌절해버려 손가락을 잃었다.
오로지 야만이어야만 하는데.
나는 타인에게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지시할 배짱이 없다.
다만 지금도 손톱과 송곳니를 기르고 있다. 그것은 손가락보다
훨씬 명확하며 언어의 바깥에 있으니까.
가난하고 비참하게 산다는 것은
결국 내 영혼을 비대하게 만드는 결과밖에 낳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 나는 비루한 건물 앞에 서있는
흉측하도록 커다랗고 위압적인 석상이다.
황혼에 나는 소시민의 껍질을 뜯어내며
계속 계단을 오른다 한 걸음씩. 내가 어떤
시간에 눈을 뜨고 비명을 뱉으려다가
입을 틀어막는지 나에게 세어보라고 하며.
차라리 현실은 꿈이다.
내 삶에 필요한 것은
로맨스가 아니라 짐승의 살결이며
나는 오늘도 라면냄비를 씻으며
눈물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