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완성되지 않는

글/시 2014. 11. 18. 20:59 |
결코 완성되지 않는


당신에게 한 마디만 남기고 싶었다.
언어로 추락하지 않는 한 마디만 남기고 싶었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서로 다른 시대로
죽어간다.

내 손 끝에 한 방울의 미지근한 물방울이
닿았을 때 나는 그것이 벌써 추억이 되었음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미 정적뿐인 추억. 나는 지금도 그 때를 기억하고
기억할 때마다 나의 우주에서는 소리가 사라지고
희고 담배연기 색깔을 띠는 뼈로 된 창살 속에서
괴물 하나가 운다.
너무 울어서 이제는 울음소리 대신
폐에서 올라오는 붉은 피가 번져나가는 잉크처럼
비에 맞아 무너지는 찰흙인형처럼
모노톤의 영혼. 괴물은 운다.

연극무대 위에서 과거-현재-미래는 계속 뒤집히고
아니요 나는 사랑하지 않아요.
내가 아는 것은 그것뿐이다.
아니요 나는 살아가지 않아요.
몇 번이나 밤이 오고 유리창에는 달이 비추고
어젯밤 자살을 실패한 사람에게
오늘 또 해가 떠버리고 만다.
고독의 끝자락에 온기가 닿았던 시절 때문에.

누군가의 눈동자에서 빛을 발견했다면
그녀의 눈꺼풀을 닫아 꺼뜨려라.

괴물을 위하여.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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