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령

글/시 2014. 11. 11. 18:16 |
출국금지령


나는 노래하지 않는다 낮에는
수십 개의 알약이 목구멍을 넘어가고
새벽 중 울음소리에 깬 짐승처럼
초점 없는 눈동자가 광야를 돌아도
나는 노래하지 않으련다 꼬깃꼬깃 접한
오천 원짜리 지폐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저 가난이 주름이 되고 눈동자가 허옇게
뜬 늙은이들이 혀를 늘어뜨리고 걷는
시간에는.

어머니는 주로 나를 미워하고 아들을 사랑하니까
내 방에 놓고 온 나의 심장도
그녀가 쓸어 담아 집 앞에 내놓겠지.
아아!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입니까 나는
낯모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흰색 벽지에 양귀비를 그려놓은 붉은
붉은 방을 찾아 헤매고
여기는 생활이 있는 사람들의 땅이야 고로
여기서 마시는 생수에서는 이국의
냄새가 난다 바다가 없고 태양이 없고
달궈진 모래는커녕 유황불 같은 리큐어도

파란 나팔꽃의 작은 씨앗이 어떻게 광증이 된다지
나는 손을 내밀며 묻곤 하는데
나는 사람을 만들지 못한다 나에게는
신을 만들 기술 밖에는 없다.
내 호주머니에 담긴 열쇠는 잠그기만 하는 열쇠
외출할 때 문을 잠궈버리면
들어갈 수가 없다.

너무 많은 고통을 배설했다
아귀가 맞지 않는, 모든 땅과 바다 속에서 끌어 모은
한 사람의 인간이 이런 것들을
단숨에 가지고 있어도 되는 겁니까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너는 와이셔츠도
입지 않고 심지어 아무도 네 갈비뼈를
마주 잡지 않으니. 모래와 태양의
모래와 태양의 땅으로 가야겠어요 한 척의
낡고 거대한 배를 타고 멀미와 병에 구토하면서.

다 타고 남은 것들만 있는 땅에는
고통도 녹아 기화하고 슬픔은 훤히 드러나
그림자를 잃겠지요 노인들은 나무 장승처럼
잘 타는 땔감이 될 것입니다……
불의 냄새가 나는 벽돌들로 집을 짓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젠장, 젠장! 도시에서 사는 바람에
도시에서 너무 많은 담배를 피워서
내 폐는 계속 연기를 뱉습니다
저녁에는 영혼의 외침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몇 잔의 술을 마실 것이고요.
그리고 밤에는 기침을 앓으면서
빈 방에서 잠들어야만.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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