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밤에는 잠들지 말자


어둠 속에 앉아있으면
담배연기 뿜는 내 숨소리조차 방해다.
사방이 밤으로 가려진 좁은 내 돌의자 위에서
나는 공간이 무한히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나는 담뱃불을 끄고
해왕성 너머 가본 적도 없는 심연에
내 가죽 하나를 걸치고
종말의 소리를 기다린다.

시간이 멈추는 곳은 도시의 밤이다.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깨어있는 채로 잠들어있기를 원하지만
또 태양이 뜰 것이다.
아무도 바라지 않는
또 하나의 아침이 시작될 것이다.

빛이여, 빛이여
너는 누구에게도 안식이 아닐 것이다.
너는 숨죽이던 사물들 위에
빛의 가시를 박아 넣고
꿈꾸던 시인들을 깨워
백주의 폐인으로 만들어 놓는다.
풀벌레 우는 적막을
구두 소리로 된 디스토피아로
추락시켜버린다.

새까만 어둠으로 만든 내 요람을
뒤집어 흔들어 깨워
멀리 꿈속의 고향으로 미뤄놓고
근대의 야수들과
욕망과 천한 상념 속으로
날 떨어트리고 빛으로 비추는
너.

차라리 사막의 백야로 보내다오.
리큐어와 눈과 흔들리는 눈동자로
빛을 가리고 혼돈의 춤을 추는
태양의 시체가 사방에 내려앉는
그 사막으로.

얼어붙은 지중해 위를 나는 끝없이 걷고
별들이 가리키는 방위를 나는 찬탄한다.
모든 이들이 목적이라는 것을 잊고
새하얗게 말라버린 채 방황하고
나 홀로 얼음에 죄업을 묻는
그런 밤에.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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