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 없이 태어나고 싶었다. 나는 마음 같은 것은 바란 일도 없다. 잠깐의 짐승으로도 좋았다. 잠깐의 짐승이라면 더 바랄 것도 없다. 마치 태풍이나 지진처럼. 나에게 무슨 이름이 붙여지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마음 없이 태어나고 싶었다. 의지도 없는 천재지변이었더라면 불만도 모르고 흩어져 사라졌을 것이다. 나는 마음 없이 태어나고 싶었다. 철창까지 걸어 들어가는 길이 너무 멀다. 내 정수리에 영혼의 눈을 달아둔 덕분에 이 짓도 그만 둘수가 없다. 뼈와 살점과 함께 웃으면서 터지는 폭발물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죽음이 어머니라는 것을 발견할 눈동자가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나는 미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광기라는 개념이 부여되지 않는 현상이라면 좋았을 것이다. 나는 마음 없이 태어나고 싶었다. 모든 것이 너무 거추장스럽고 무겁다. 나는 마음 없이 태어나고 싶었다. 또 내일이 온다. 또 생명이 연장된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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