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자의 노래

글/시 2012. 11. 24. 09:43 |
반역자의 노래


꿈이 모든 것을
가져가버렸다

내 회색의 뇌수 속에는
마귀가 한 마리 살고 있나보다
그는 늘 내가
잠시 세상의 고된 것들로부터 도망칠 때마다
달빛을 쓸어담는 새벽의 청소부처럼
나의 빛나는 심장 고동소리들을
하나씩 주워 삼켜버린다

새벽은 가고 날이 밝았다
내 해골 속에서는 새 지저귀는 소리가 울리고
태양은 동굴 속에 움츠리고 있는
배고픈 야만인의 공복감 같은 빛을
잠드는 일 없는 까만 대지 위에 흩뿌린다

나는 누군가를 또 실망시킬 것이다
광맥을 찾는 광부의 삶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광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금과 보석은 땅 속에 잠들어있으나
이 땅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모른다
자신이 어디에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지를

내가 타고난 육체는
이미 주인을 한 번 배신했으니
두 번 배신한다고 하여
더 나쁠 것도 없다
문은 닫혔고
나는 스스로에게 칼자국을 낸다, 회개하라고 되뇌이며
그러나 이 광명 가득한 아침에
내 죄악의 체취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아서
나는 땅 속 깊은 구멍으로 스스로 떨어져내리고
내가 믿지 않는 계명을 위해
야청빛 어둠 속에서 마귀들과 논다

은총 가득한 이여 나를 버리고 가시오
나는 내 영혼의 빵을 이미 모두 다 악마에게 바쳤으니
내가 갈 곳은 한 군데 밖에 없고
설사 자결한들 위엄이 없음이라

나는 지하에서 아침을 올려다보며
스스로 배에 창을 꽂겠습니다
새로이 태어나는 생명들은
정액과 피 무더기인 내 무덤을 밟고 영광을 찾으라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리지 않으면 그곳에는
돌아갈 길도 있을테니
넘어져도 울지 말라, 그에게는 자비도 있겠지

거대한 엔진이 돌아가는 것 같은 비명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나는 푸른 풀잎을 밟고 사람 없는 길을 찾아 헤매인다
하늘에는 둥근 그림자, 그것은 꿈의 단면이네
연기에 찌든 내 몸
깨끗한 물 한 모금을 바라네
그러나 그 물은 내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도망쳐라, 도망쳐라. 땅이 끝나는 곳까지
스스로 짓눌려서 질식해가는 사람은
도망쳐라,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절정으로.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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