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과 저쪽 사이

글/시 2012. 10. 4. 23:25 |
이쪽과 저쪽 사이


벌써 한기가 이슬처럼 내리는 계절이 왔다
밤의 골목 구석에서는
어둠이 깡통을 차며 혼자 놀고
캄캄한 거리 곳곳에는
달이 수도 없이 피었다.

머리 위 희고 둥근 달이 하나
넷.

닭이 운다. 저편에서.
내게 보이지 않는 땅에서
태양이 이제 눈동자를 열려는 기색에 눈치채고
새벽에 노래한다.

나무들은 잠을 자는 중
암록색 꿈을 꾸는 중.

나는 만신창이, 거리를 걷네.
내 피부에는 피와 진물이 뜨겁게 흐르고
나는 취한 사람, 세계가 무리지어
배고픈 늑대들처럼 조용하고 음산하게
저 멀리 있는 지구의 반대편을 향해 흐른다.
흐른다. 물 소리도 없이.

또 밤이 오면 나는 술을 마시러 가야지.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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