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는 새

글/시 2012. 7. 13. 10:53 |
밤에 우는 새


밤에 새들이 울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아침에 노래한다
대기가 근질거리고
하늘이 푸른 먹빛으로 진동하기 시작하는,
어느새 새까만 장막이
서서히 밝게 물들어가는
그 시간에.

그들은 수천 년 전부터
아침에 뜨는 태양에게 자신들의 노랫소리를
바쳐왔을 것이지만 나는
그들의 노랫소리가 빛과 어울린다고는
도무지 생각하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내가 까만 연기로 물들어
온몸의 근육을 찌르는 통증과 싸우면서
공수병 걸린 짐승처럼 캄캄한 길을 기어 다닐 때
나는 몇 번이나 내 안의 신에게
기도하기 때문이다 새들이 울게 해달라고!

노래하는 새들이여, 그대들은 알아야한다
자신의 노랫소리가 시꺼먼 눈동자와
침묵하는 하늘과 부들부들 떨고 있는
공포에 질린 인간정신과 얼마나 어울리며
또 조화될 수 있는 지를.

더 이상 광명을 위해 노래하지 말라.
그대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잠들지 못하는 영혼에게, 그리고
루시페르의 오른편 권좌에 앉아
술 한 잔 마실 수 있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더 없이 아름답기에!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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