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글/시 2012. 6. 30. 10:52 |
백야


한 발자국만 떼면 호수다
도무지 깊이를 알 수 없는
가을하늘처럼 깊고 시커먼 호수다
수면에는 유령들의 연회처럼 공기에 뒤엉긴 안개가
죽은 구더기들 배 뒤집고 둥둥 뜬 시쳇물처럼
깔려있다

가끔 검은 잉어나
흰 비단뱀들이 파문을 일으키며
휙휙 지나간다
등 뒤는 소란. 사람들의 빛, 목소리 깔깔대는 얼굴들
인간아, 너 한 발자국을 딛어라!

저기 보이느냐? 죽은 신들이 눈 감고 누운
무한한 늪이. 불꽃의 정상처럼
춤추는 물결이

가끔 호수 주변에 뿌리박고 선
나무들의 나뭇잎 사락거리는 노래가
어머니의 거대한 비명이 무너져가는 소리처럼
영혼을 웃음 짓게 한다. 인간아!
너 한 발자국만 딛어라.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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