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Persona, 1966)
기록/영화 2021. 10. 11. 21:42 |
당신은 자살하지는 않겠죠. 그것은 추잡하니까.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얼굴들이 분열되어 있고 각각의 조각이 타인, 그리고 다른 조각들을 위한 것이라고 알아차리는 순간 존재라는 상태는 참을 수 없이 모순되어 있고 그 어떤 정당성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것은 진실이 민낯을 드러내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아편중독자가 되기 전에는 금단증상이 보여주는 세계를 직시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지드가 나타나엘에게 가르치려 했던 것은 '쓸모없는 진실'을 만들어내지 않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현실은 이미 현상들만으로 충만해있고 내재된 실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한 인간의 영혼이 무너질 때 느닷없이 생겨난 장막이 걷어지고, 그것이 감당할 수 없는 공허와 부조리, 무질서, 황폐함을 몰고 오는 것이다. 현상의 뒷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자하는 강박이야말로 이미 완성되어있던 인간의 정신을 부수고 썩게하는 독약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저주처럼 독약을 마시며 성장해야만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