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시작의 계절 같은 소리 하네

Lim_ 2025. 4. 17. 13:11

시작의 계절 같은 소리 하네


 계절은 봄이고
 날씨는
 9도쯤
 밤이고.

 그리고
 오늘의 담배를 마치고
 개 짖는 소리를 지나쳐, 걸어
 올라왔다

 꽁초 쥐던 손이 곱았다.
 글을 못 쓰겠고
 책장을
 못 넘기겠다,

 봄에,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자멸에의
 열락 덕분에, 이 계절 한복판에서 몇 번이나
 얼어 죽을 뻔했는지, 세어
 보려다
 보니까
 아무래도

 봄은 본래 춥고
 멈추어
 객사할만하다.

 청동 같은 손가락 뻗어
 책장을 살피니
 이슬 맞아 죽은 송장들만
 한가득이다.
 지상의 과실은
 죄 빨아 마시고.

 또
 습관처럼
 창밖에서 오는 것들을 기다리다
 습관보다 깊이
 다시 소설을 써야겠다고,
 대못처럼 강인하여 운도 행도 없는
 활자를
 새겨넣어야겠다고
 더운물에 손 녹이고
 여기 써 붙인다.

 거실에서 동생은
 밥 먹고
 설거지하고
 비장하게
 트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