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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_ 님의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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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번이나 박차고 나갔던 둥지는 몇 번이나 박차고 나갔던 둥지는 계절은 여름이라는데 얼어붙은 비와 써늘한 밤바람은 어디고 침습해오며 죽은 작가들의 피가 방바닥 켜켜이 적혀 손끝의 잉크가 새긴 말들이며 새까맣게 터진 심부며 소리 없이 새 나온 언어들 좌절했다고 중얼대보니 과연 좌절했다. 냄새를 맡는다. 이곳은 나의 방, 언제고 준비된 중력이 쌓인 냄새가 나는 초봄이 다가온 기척도 없어 잊고 있던 봄코트 꺼내 새벽 네 시 물을 보러 갔다 석유처럼 검은 하천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왱왱거리는 날벌레 무리가 빗속에서 구름까지 만들기에, 돌아오자, 거울에는 삼 년도 더 된 너무 익숙해 꼴도 보기 싫은 그 눈이 비친다. 오는 길 편의점의 새벽 알바생은 손님을 증오하는 눈을 가졌다. 참으.. 공감수 0 댓글수 0 2025. 5. 3.
  • 목차 목차 서문 초편 이질감편 빛과소음편 변형과변질편 좌절된본능편 부러진젊음편 폭력과포기편 병원대기실편 왜곡된일상과약물과불균형한뇌내화학물질편 절망과알코올편 광증편 추락편 다시 인간이 되고자 볕으로 나왔으나 이미 뇌손상도 과거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고 편.그래도사람과만나다편집필중. 차후 추가 예정. 공감수 0 댓글수 0 2025. 4. 29.
  • 미안할 줄 몰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에 미안할 줄 몰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에 어렸을 적, 주변에서는 애정을 품고 사랑할 줄 모르는 이들이 살았다 나는 본성을 뒤틀어놓는 법을 배웠다. 그 뒤 정직과 의문을 위협으로 굴복시키는 이들이 포위해 나는, 모든 位를 적으로 삼는 맛을 입안 가득 채웠다. 머리가 좀 크자 그들이 빛살 비추는 눈동자 반대편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았다 사람이 서로를 얼간이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알았다. 그렇게 누구도 다가올 수 없게 되자 망령들만 스승이며 동료 되어 나는 곰팡이 핀 과거 밑바닥에 절망에 자기파괴, 위악, 등등 생명의 물인 양 들이켰고 웃음은 내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벤조디아제핀도 그랬고. 나의 마을은 공포와 원한 경계로 가득 차 퍽 보기에.. 공감수 2 댓글수 0 2025. 4. 24.
  • 시작의 계절 같은 소리 하네 시작의 계절 같은 소리 하네 계절은 봄이고 날씨는 9도쯤 밤이고. 그리고 오늘의 담배를 마치고 개 짖는 소리를 지나쳐, 걸어 올라왔다 꽁초 쥐던 손이 곱았다. 글을 못 쓰겠고 책장을 못 넘기겠다, 봄에,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자멸에의 열락 덕분에, 이 계절 한복판에서 몇 번이나 얼어 죽을 뻔했는지, 세어 보려다 보니까 아무래도 봄은 본래 춥고 멈추어 객사할만하다. 청동 같은 손가락 뻗어 책장을 살피니 이슬 맞아 죽은 송장들만 한가득이다. 지상의 과실은 죄 빨아 마시고. 또 습관처럼 창밖에서 오는 것들을 기다리다 습관보다 깊이 다시 소설을 써야겠다고, 대못처럼 강인하여 운도 행도 없는 활자를 새겨넣어야겠다고 더운물에 손 녹이고 여기 써 붙.. 공감수 2 댓글수 0 2025. 4. 17.
  • 2025년에도 봄은 오고 꽃은 피는데 2025년에도 봄은 오고 꽃은 피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남의 집이고  심장은 허덕이고  넘어져 다친 무릎은  욱신거리고  이불은 없고  햇볕 받아 뜬 눈이  보는 것은  책상 밑판.  그래도, 뭐  상관은 없다  늘 그랬었  으니까  뭐 그래도 올해는, 모르는 집은 아니며  어제를 기억하며  베개도  있다  가방에  칫솔 치약도 있다.  책상 밑에서 햇살을 가만히  마주 보다가, 일어나  보일러를 끄고  아무도 없는 집을  나왔다.  갈 곳은 딱히 없는데  사람들은 살기 위해  회사로 가고 있다. 공감수 1 댓글수 0 2025. 4. 11.
  • 별 볼 일 없고 끝도 없던 분노를 구두처럼 신고서 얼굴은 웃고서 별 볼 일 없고 끝도 없던 분노를 구두처럼 신고서 얼굴은 웃고서  잭  잭 영감이 바텐더를 하는  잭스 바  거기서 나는  아주 늙고 노년이 보장된  유대인 노인과  자주 마주쳤다  오후 다섯 시부터 계속  나는 취해있었고  그는 이틀에 한 번 정도  밤이 깊으면 나타나  인사하며 옆자리에 앉아  밀러를 시켰다.  나는 항상 웃고 있었는데  언제나 화가  터지기 직전의 가스탱크처럼  치밀어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한국  남쪽, 한국, 남한에서는,  벙어리라는 단어도  못 쓴다니까요  벙어리 장갑도……이런  젠장, 이걸 어떻게  영어로 설명하지  벙어리의 신식  표준어가 뭐더라?  이 따위  두서없는 소리를  아무 때고 끊임없이  길고 강인하고 끈질기고 소용없이  늘어놓았다  노인은,  유대인이고  짧은 .. 공감수 8 댓글수 0 2025. 4. 1.
  • 저기 지금 위층에서 강의 중이거든요 저기 지금 위층에서 강의 중이거든요  그날 나는 계단참에 울고 있는 여인을 정중히 내쫓았고  네 번의 여름이 녹아버리고서야  사람의 눈물을 끌어안고 그 계단이 될 일을  알아차려 울었다  그리고서는 계속  울고만 있다, 계속 눈물이 없는 짐승이며  냉혈동물이며  자세히, 그 눈들, 가까이, 잘, 오래 보면,  단 한 시도  마르지를 않는다 공감수 2 댓글수 0 2025. 3. 23.
  • 시학 시학  한글에 대문자 따위가 없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다, 만일 있었더라면  이미 죽은 시인들 무덤도 파내서 죄  사망시키고 다닐 계획을 나는  이미 실행했을 것이다  미학이나 뭐  The 미학이나  그런 명목으로. 공감수 1 댓글수 0 2025. 3. 23.
  • 여기 나는 그럴듯한 존재가 되기 위한 모든 의욕마저 잃은 것 같으다 그러나 지금이 새벽 다섯 시라는 사실만은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여기 나는 그럴듯한 존재가 되기 위한 모든 의욕마저 잃은 것 같으다 그러나 지금이 새벽 다섯 시라는 사실만은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아직 나는 명확히 기억한다. 단 하루도, 낮도, 밤도, 새벽도, 한시도 고함과 욕설로 조용할 날 없던 술주정뱅이 삼 층 아저씨 빌라 모두가 포기할 즈음 삼 층에 이사 온 희망 넘치던 얼굴의 신혼부부. 경찰이 오고 CCTV 설치되고 언성 높이고 울고 반년 후 이사 떠나고 어느 하얀 낮 열린 현관 틈새 고개 숙인 채, 사회복지사 둘과 마주하던 삼 층 아저씨 언제부터인가 홀로 고요해지고 언제부터인가 이 층에 쌓여 썩어가는 배달물들과 현관을 도배한 우편과 고지서와 광고 전단과 무관심과 또 무관심. 그리고 다시 언제부터인가 새벽 두 시부.. 공감수 2 댓글수 0 2025. 3. 4.
  • 너무 오래 너무 오래  청소를 하지 않았다  방도, 가방도, 지갑도, 나도,  뭐든 간에.  가방 열자  너무 오래  담아두었던 미래가  우수수 쏟아져 내려  넋 놓고  엉망이 된 방  고개 숙이고  서 있었다.  영수증은 쌓일 대로 쌓여, 지갑은  두툼한 것이 마치  돈다발이라도 들어있는 듯  무슨 장을 이리 자주 봤는지  골라내던 손에  몇 장의 종이가 걸린다  정독도서관 자료안내  청구기호 814.7-ㄹ822ㅅ=2  함께 읽고자 했던  눈이 쓰린 산문들.  책장에는  어느새  내가 사지 않은  많고 귀중한 책들  정작 내 책 몇몇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너무 오래  청소를 하지 않았다.  못 견디게 가득 찬 몸뚱어리 이끌고  방바닥에 쌓인, 기다란 머리칼들  주워 모으다  주저앉았다  2월의 끝  그래  또.. 공감수 1 댓글수 0 2025. 2. 27.
  • 안뜰의 남자: <필경사 바틀비>를 읽고 안뜰의 남자                                                          -바틀비를 바라보던 또 하나  이 짧은 기록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밝혀두고 싶은 것은, 법원에서 검사와 판사가 뭐라고 했든 나는 결코 사악한 동기에 의해 행동한 흉악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성자나 현자, 정의 집행자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나는 지극히 일반적이며 이성적인 사고로 움직이는 시민이자, 나름대로의 지성을 갖춘 교육된 현대인이다.  그러나 실상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어쨌거나 나는 지금 툼즈 구치소 독방에 갇혀있다. 위에서 굳이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은, 이제부터 시작하려는 이야기가 변별력과 객관성이 결여된 광인의 일기 따위가 아니라는 점을 여러분에게 이해시키고 싶었기.. 공감수 2 댓글수 0 2025. 2. 24.
  • 비둘기들 비둘기들  야 밍준아 이렇게 내가 어 사랑하는 친구들 이거 이렇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게 너무 기쁘다 행복하다 야  신곡동 엘피빠에서 우리 다섯은  술 마시고 크게 오래  떠들었다 나는  같이 함께  외치듯이  떠들었다  비둘기  비둘기가 모이 쪼듯  구구구구 위스키 서너 잔 쪼더니  니콘인지 캐논인지  대포 같은 카메라 꺼내  춤을 추고  허덕이고 기뻐하며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다.  또 몇 잔을 삼키고 사진을 찍고  광란같이 즐거워 욕지거리하고  사장님한테  쿠사리 먹고  표정 죄 풀려 세상 다 가진 것 같아서는  지가 계산한 거 기억이나 하는지.  비둘기는  노래부르고 날뛰고 친구 어깨 위로 무너지고  마주 오던 여대생  같은 아가씨, 뛰듯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요새 줄담배 안 피워 인.. 공감수 2 댓글수 0 2025. 2. 19.
  • 요새 스스로 글을 써놓고도 이게 어떤 구조와 맥락으로 구성한 것인지 파악할 기력이 딸려서 결국에는 대충 내놓고만다. 정신적이고 학구적인 보강 이전에 신체적인 강화가 절실하다. 지금 육체와 정신의 연결선을 무언가가 틀어 막고있다. 아주 즉물적이고 자명한 것. 아마 음식이나 건강 같은 거. 공감수 0 댓글수 0 2025. 2. 18.
  • 생존을 축하한다고 물질과 활자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그 와중에 이건 또 생존을 축하한다고 물질과 활자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그 와중에 이건 또  요새는 뭘 했다고 이렇게 피곤한지  생각해보면 피곤해하느라  지쳐 나가떨어져 있던 게  전부였는데  그래서, 마침내, 집에서 방에서  아무 때고 습격당하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멍하니  내가 뭘 하는 사람이었더라  허공만 쳐다보다  결국 초점 맞춰진 곳에  언젠가부터 도무지 정리 안 되는 책장  보고 있자니 몇 권이  빠져있는데.  그래  그 자식,  책 빌려 간 채로 절교선언한  돈 잘 벌고 친절하고 문학적으로 빛이 나던 어느새 결혼해 딸까지 낳았던, 그  친구였던  그 자식  독일 영화감독이, 그린, 만화책, 빌려, 도주한, 그 자식,  베르너 엔케 있을 자리가  비어있잖아.  아니지  아니야, 그 뒤에 분명 샀었는데  집.. 공감수 1 댓글수 1 2025. 2. 18.
  •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성가시게 금속 부대끼는 소음만 나기에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성가시게 금속 부대끼는 소음만 나기에  음악 끄고  티비 끄고  전기 끄고  시각도  청각도촉각도뭣도끌수있는건일단다꺼놓자  제발좀  세상이 어떻니 나라가 어떻니 사람  사람이 어떻니  아주 정신 사나워서  자꾸  빠루 들고  기계 앞에  입 달리고 귀 달린 얼굴들 앞에  서게 되는데  이 짓거리도 좀 꺼보려고  오체투지인지 줄 끊어진 꼭두각시  인지, 송장인지  바닥에 퍼져서 꺼져있으면  야 인마 너 어쩌려고 그래  백수 생활도 하루 이틀이지  뛰어 새꺄  벽에는 압핀 먹여놓은  시간 단위 백수 생활 스케쥴표  체크박스 채워져 있고  옆에는 빠루  바닥  보일러 도는 바닥에는,  낄낄 장판 끌어안으며  너는 어쩔라고 그러냐  우리 같이 좀  꺼지자  그리고서 뭣이 나타나는지  가만히 .. 공감수 2 댓글수 0 2025. 2. 8.
  • 백수짓도 하려면 계획적으로 해야지 백수짓도 하려면 계획적으로 해야지  문자화할수도없는혼란한정신속  에서더욱침잠하거나혹은  잠깐깨어나거나  돌풍이 불든 낙뢰가 치든  머저리처럼 나아가는 오토 파일럿  항공기처럼  눈동자에 불을 끄고  좌절을 제쳐놓고 정지  한 채  여러가지 속수무책으로 가며  시간도 갔다.  이천이십오년 이월 칠일 영 시 이십팔 분.  써도 읽어도 이게 뭔지 이해도  안 되고  욕지거리할  기력도 없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이, 삶에서,  시계란 것들은 늘 폭력적인  사기꾼들이었다  지금도  담배 피우러 나갔다 하늘이 미친 것마냥 눈을 쏟아내고 대설경보가 울리고  그제야 계절이  여전히 굴러가고 있었다고  알아차리고  눈이 소리를 먹고 사방이 고요해  돌아볼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도망에서 도망하고 도주하고 아주  체질.. 공감수 1 댓글수 0 2025. 2. 7.
  • 안녕 안녕  벽시계는 분침이 12를  가리키기 직전  세 번의 작은 불빛을 내  방에 앉아 마주 보면  상당히 자주 빛나.  꺼진 형광등 올려보며 나는  별 이유도 없이 무고한  멕시코인  타자기로 후려갈겼던  불행한 작가를 생각하고 있어  그 미친  못생긴 영감탱이  방 건너 잡음이  거슬렸다지.  이불 깔기도 전부터 방안  보일러 돌아가는 소음  가득 흘러넘치고  결국 이곳밖에 누울 자리는 없네.  안녕  나는 오래  찾아 헤매던 답을 알아냈으나  답이 되지는  못했어.  여기는 오전  세 시 십구 분  별 의미도 없는  나열될 가치도 없는  수치 덩어리  다만 당신에게 읊어줄 수는 있겠네  불면이 불러오는 건  의식을 제외한  모든 마비  그리고 내밀어진 희귀한 손들과  사람의, 감정, 감사는,  몹시 .. 공감수 2 댓글수 0 2025. 1. 24.
  • 위악도 아니고 자기파괴도 아니고 체념은 더더욱 아니고 이름 붙이고 싶지도 않고 이름이 붙기나 하는 건지 위악도 아니고 자기파괴도 아니고 체념은 더더욱 아니고 이름 붙이고 싶지도 않고 이름이 붙기나 하는 건지  지금 여기 새벽 4시  의자 위에 들러붙어 손가락 끝까지 뻗어있는 놈.  이놈 죽을 때까지 날  따라다닐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멸하려 마지막까지 달라붙어 있는 것이  이놈의 유일한 생존이다  이건  살고자 하질 않는다  밤길 건너오는 고양이나 창밖의 시선과는  달리  이건  흐트러지고  망가지고 통제권을 벗어나 산산조각 되고 싶어  온갖 수를 써댄다  망할 것이 어느 순간 감겨와서는  수없이 불행하고 가장 고통스럽기를  열렬히 바라고 한결같이 욕망하고 실천  한다  떨어지지도 않고.  더 큰 문제는  가끔 이게 나한테 붙어있는 건지  내가 이놈에게 붙어있는 건지  헛갈린다는 것이.. 공감수 1 댓글수 0 2025. 1. 18.
  • 그들이 주로 착각하는 것 그들이 주로 착각하는 것  밑바닥에서는 밑바닥을 볼 수 없다.  가죽 찢는 거친 바닥과 두개골을  부대껴야 할 어두운 벽에  함몰되고  융화되는 수밖에.  그리고 언젠가 약간의 빛이 당신 자리를 비추면  그제야, 밑바닥을 보았노라고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가장 어두운 바닥에 잠겨있다고  생각한다  사방이 꽉 막힌 사무실 안  더러는 난간도 떨어져 나간  노가다판 철제 간이  계단 위에서,  가끔은  염증 나는 원고 무더기 속  한 손에는 펜  한 손에는  전동드릴 따위  들고서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니까  날이 추워질수록 사람들의 옷차림이 더욱 화려해지는 것을  당신이 아는지 모르겠다  겨울바람에 새파랗게 질리고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증명  하려는  화려한 사람.. 공감수 2 댓글수 0 2025. 1. 14.
  • 화려한 세상은 개뿔 이게 화려해 보인 역사가 있기는 하냐 화려한 세상은 개뿔 이게 화려해 보인 역사가 있기는 하냐 0.  타워팰리스며 이름 높은 부촌들 들쑤시다 할리우드 라스베이거스 심지어는 히말라야 산봉우리 올라서서 설산 보며 온 세상 높고 번쩍인다는 곳들 다 뒤지고 다니다 노숙자들 쇼핑카트 끌고 빳빳이 서서 드럼통에 소시지 구워 먹는 바닥까지 굴러 들어가도  화려하거나 근사한 건  개미 더듬이만치도  못 봤다  눈이 두 개나 달린 사람들이  대체 뭘 보고 사는 건지  참으로 궁금해서  평생 묻고만 살았는데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은 기억이 없다  여기에 있는 건  가난하고 절망하는 어느  추레한 사람과  부유하고 행복한 어느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뻔한 패배가 확정되고  그 패배를 알거나  알지 못한 채  패배 되어가는 사람들이다.  저기 왕의 황금마차가.. 공감수 4 댓글수 1 2025. 1. 8.
  • 멸종당한 게 아니야 나는 멸종당한 게 아니야 나는  멸종되었다  작품이 컨텐츠가 되고  창작자가  소비자를 위한 공급자가 되어  가는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수순에 나는 멸종 되었다 석유와 화석과 유령들의 손을 잡고 우리는 놀며 저주하고 더 깊숙이 썩어 망각 되며 히히덕거렸다 친구들은 할리우드를 인터넷 서점을 매스미디어를 증오하고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을  포기했다 참으로  빙신들이었다  나도  그렇게 수도 없이 좌절에 몸을 담그고 병아리처럼 삐약삐약 죽음을 노래하다  실제로 몇몇이 죽었다.  예전에, 아마 서너 해 전  서해안에 텐트 치고 시꺼먼 갯벌 너머 암자색 수평선  줄곧 바라보다  바라만 보다가  어느새 골반까지 뻘 속에 묻혀있었다  생각도 없이 따라간 듯한데,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살고자.. 공감수 3 댓글수 1 2024. 12. 31.
  • 어느 방 어느 방  날이 점점 더럽게 추워진다  영원토록 가을도 오지 않을 것처럼  여름이  발악을 하더니만.  가족들은  그간 쓰던 선풍기들 뒤늦게 닦고  말려  커버를 씌워 내 방에 들여놓았다  그렇게 있었다  꽤 오래  어느 겨울날 나는 타자를 치기 전  화장실에서 방광을 비우고  의자에 앉아 뭐라도 좀 써보려고  빈 페이지 들여다보는데  눈이 침침하고  헛구역질이 나와  그냥  앉아있었다  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들어와  커버 씌워진 선풍기들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하여간 장남 방에만 들어가면  뭐 하나 남아나는 게 없구만.  몇 개의 커버가  찢어지고  터져있었다.  아버지는 그것들을 보일러실로 옮기고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앉아있었다  아버지가 나가고  내가해야만할일들을적어놓은목록  을  확.. 공감수 1 댓글수 1 2024. 12. 24.
  • 태양 가라앉은 대학로 뒤켠 창문 열고 텅 빈 탁자 옆 앉아 내다보다가 태양 가라앉은 대학로 뒤켠 창문 열고 텅 빈 탁자 옆 앉아 내다보다가  술 끊은 게 작년 6월 9일이고  지금이  12월 20일인데, 그러니까  얼마나 됐냐  모르겠네  아무튼 일 년은  지났다.  두통과 죄악감으로 시작되는  담요는커녕 이불도 없는  기상, 오후  관성처럼 뻗은  창백하고 가는 손에 잡히는  엎어진 자리끼 같은  소주병, 더러는 전날 열어둔  맥주캔  방문 열고 나서기 위한  최소한도의  인간성  아주 나쁘고  나쁠 것도 없었다.  밤새 어떤 이들에게 미친놈처럼 전화를  걸어댔는지, 알지 못하기 위해  전화기는 행방불명이고  흉곽이 우그러지고  호흡을 막아 왔는지  그때  알아차린다  참으로 나쁘고  나쁠 것은  뭐……  술병을 다 비우고  마침내 문을 열면  부엌을 보며  느껴야만 했.. 공감수 3 댓글수 0 2024. 12. 21.
  • 이거 어느 카테고리에 갖다 박아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행복에 관하여  시를 쓰는 놈은 시인하지 말아야 한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24. 12. 20.
  • 벌써 이십 년도 넘었는데 거울처럼 그는 나타나 벌써 이십 년도 넘었는데 거울처럼 그는 나타나  그게 문병이었던가  그냥 아버지 따라서  철없는 꼬맹이 하나가 따라간  그런 거지.  내 최초의 기억부터  할아버지는 언제나 큰댁의  가장 따뜻한 안방에서  두텁고 원색 자수를 넣은  이불 밑에 누워있었다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언제나처럼  온몸이 술기운으로 활활  불타오를 때까지  마시고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오다  그는 빙판에서 미끄러져 버렸고  부러진 뼈를 수술하고  마취에서 깨어난 후  의식만 남고  정신을  영영  잃었다.  아버지의 말로는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채혈을 받아야 할 때마다  저 망할  마녀 쌍것들이  내 피를 가져다 판다고  성치도 않은 몸으로 격렬한 광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는 지금  납골당에 있는데  글쎄  나는 그렇.. 공감수 1 댓글수 0 2024. 12. 13.
  • 꿈속에서 꿈을 짓다 위대해지는 허무함을 보르헤스는 소설로 썼던 것 같은데 나는 아무리 해도 위대해지지는 못하겠고 다만 꿈속에서 꿈을 짓다 위대해지는 허무함을 보르헤스는 소설로 썼던 것 같은데 나는 아무리 해도 위대해지지는 못하겠고 다만  마침내 잎들이 시커먼 땅으로  모두 떨어져  눈 밑에 묻히는 것을 보고  나는 산을 내려왔다.  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는  붉은 간판등들  침잠해  어둡다.  담배연기 포화된  낯선 방  잠들었던 것인지 잠들지 못했던 것인지  시간은 응결되어  어느새 창문이 푸르게 침습해온다.  저장된 기억은 오래 잊고 지낸  숙취 같다,  그리고 의자 위  웅크린 채  곁눈질로 다시 만난 서울  미친놈 발광하는 것마냥 푸른 하늘에 쨍쨍  태양이 발광하는  서울  햇빛 아래 빌딩도 주택도 역사도 거리도 사람도 공기도  송두리째 빛이 바랜  납덩어리  납이 지은 도시  걷고  다시 부를 수 있을지  짐.. 공감수 3 댓글수 0 2024. 12. 12.
  • 섬과 섬들과 섬과 섬들과  누구나 그럴 테지만  온갖 영감님들이 내 삶에 들어왔고  너무 빨리 떠나기도 했다  데이브 아저씨는, 그리 자주  만나거나  제대로 대화를 나눈 일도 없지만  그래, 그 양반 늘  이쑤시개 입에 물고  남부 사투리로 중얼대는 바람에  대화를  해도  도대체 뭔 소릴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  는데…… 어째, 아버지만큼이나  사라지질 않는다.  늘 청바지 뒷주머니에 작은 권총을  넣어두고 살던 그 양반은 어느 날  10년을 함께 산 고양이가  치매 때문에 생물로서  기능조차  할 수  없게 된 그 날  뒷마당에 삽질을 하더니  소구경 권총을 꺼내 고양이의  머리에 두 방을 쏘고  그대로 묻었다  그리고 말했다.  동물병원 말이다, 거기 데려가니, 안락사 시키려면  이백 달러 내놓으라더라  .. 공감수 5 댓글수 5 2024. 12. 6.
  • 여기는 어디로 가는 골목이냐고 쿨럭쿨럭 눈밭에 일장기 토하던 그노무 시키는 무슨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그냥 폐결핵 환자였어 환자 여기는 어디로 가는 골목이냐고 쿨럭쿨럭 눈밭에 일장기 토하던 그노무 시키는 무슨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그냥 폐결핵 환자였어 환자  눈 뜨고 시계 보니 오래도 잤다.  알람이고 벨이고 다 꺼놓은  핸드폰, 전원 넣자  눈 왔다고 대설 특보라고  연락이 얼마나 쌓인건지  공공기관 부서들, 각각, 참,  친절도 하지  커튼 걷어봐도 창문이 방풍재로  불투명해서  그만뒀다.  쌓일 것들은 알아서  계속  쌓이겠지.  이불 위 핸드폰은 울리는데  아마 누가, 아니, 십중팔구,  눈 내린다고  차 막힌다고  출근에 퇴근에 지하철에 버스에 온갖 불편이 이렇고 저렇고  그런 걸 테고.  이미 불편하다.  정적 깨지는 초침 소리 듣고 있자니  안구와 각막 눈꺼풀이, 갈라지고, 멈춰버릴 것, 같아  다시 누워, 의식, 을.. 공감수 1 댓글수 0 2024. 11. 29.
  • 집에서 집으로 집에서 집으로  창동역  역사 나오자마자  노인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도봉구소유공공쓰레기통  을  열고 뒤져  어딘가에 갖다 팔아 돈 될 만한  그러니까 캔이든 병이든  그런 것을  자루에 담고 있다.  옆에선  웬 놈이 인도 한복판에서 담배 태운다.  7년 전쯤 저러다가 구청 직원한테 팔만 원이나  뜯겼는데  겪어 봐야 알지 뭐  서울 중심지에 있을 때만도 바람이 꽤 써늘했던  것  같은데  춥지는 않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집으로  걷는다 한쪽 발만 새하얀, 회색  줄무늬 고양이가 밤길을 가로지른다  집으로  평생 집에서는 못 할 짓만 했는데  무슨 이유였는지  현관 앞 화병들 전부 추락시켜 깨뜨리고  칼과 펜으로 문과 벽지에 빼곡히 뭔가를  야밤에 소리 지르며 누군가,  무언가를 좇아대고 .. 공감수 2 댓글수 0 2024. 11. 21.
  • 비 내린다고 누가 그러기에 비 내린다고 누가 그러기에  우산 들고 나왔는데  비는  얼굴 한 방울 때리더니  멎었고  낙엽이 더 내린다  지금이 십일월이랜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고.  낮에도 침침한 골목구석  이제는 해도 가라앉았고  편의점 우산 들고 어슬렁어슬렁  돌다가  마침 저 벤치 처마도 있겠다  앉았다  뭐하러 나왔더라,  모르겠고,  여기 놀이터는 어느새 새단장 했는지  모래도 없고 놀이기구도 죄다  신식이네, 아무도 안 다치고  안 놀겠네.  세련되고 모던하게 한쪽에다 세워놓은 장식용 벽  에는, 특별순찰구역, 떡하니 붙어있고  낙엽은  가로등 주변에만 내리는가  빛에서 눈 돌리니 사방팔방 다 내리고  애들 하나 보이지 않는 놀이터에  할머니 둘만 빙글빙글, 타원  그리며 걷고  우산은 왜 들고 왔더라  그러고보.. 공감수 1 댓글수 0 2024.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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