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악도 아니고 자기파괴도 아니고 체념은 더더욱 아니고 이름 붙이고 싶지도 않고 이름이 붙기나 하는 건지
위악도 아니고 자기파괴도 아니고 체념은 더더욱 아니고 이름 붙이고 싶지도 않고 이름이 붙기나 하는 건지
지금 여기 새벽 4시
의자 위에 들러붙어 손가락 끝까지 뻗어있는 놈.
이놈 죽을 때까지 날
따라다닐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멸하려 마지막까지 달라붙어 있는 것이
이놈의 유일한 생존이다
이건
살고자 하질 않는다
밤길 건너오는 고양이나 창밖의 시선과는
달리
이건
흐트러지고
망가지고 통제권을 벗어나 산산조각 되고 싶어
온갖 수를 써댄다
망할 것이 어느 순간 감겨와서는
수없이 불행하고 가장 고통스럽기를
열렬히 바라고 한결같이 욕망하고 실천
한다
떨어지지도 않고.
더 큰 문제는
가끔 이게 나한테 붙어있는 건지
내가 이놈에게 붙어있는 건지
헛갈린다는 것이다
과거 나를 걱정하던 몇몇
사람들이
말버릇처럼 하던 얘기가 있는데
세상의 온갖 고통 혼자 다 짊어지고 있냐는
구박이었다 그리고 최근
자신이 생겼다, 그렇다고,
당당히 대답할 수
있다고,
전봇대 위 날개와 커튼 뒤의 그림자는 그저 가만히
시기를 기다릴 뿐인데
이건,
오만 비참 모조리 어깨에 메도록 아주 친절하고
효율적으로, 나를 움직인다.
정신 차려보면
어이가 없다.
대체 왜 이래놨는지.
어느 놈이 이딴 걸 원했느냐고 따져보려 해도
손가락이 밖을 향할 수가
없다.
도무지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빨간불에 악셀 밟는 맨정신인 사람들
너무 많이 만났다.
당연히 그들도, 도무지
이 꼬락서니
한순간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죽음이 형체로 나타나는 때가 있다고
이야기들, 자주 들었고
사실 마주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놈은
훨씬 지긋지긋하고
손을 놔줄 수가 없다
그저
부디, 누구도 만나지 않기를.
만나 이해하려면
이놈은 벌써 당신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