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거리

Lim_ 2024. 11. 10. 20:02

거리


 여기부터 거기까지 수도 없는 건조물만 펼쳐 놓였다.
 어느 것 하나 우리 집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그 자리까지 헤쳐내야 할 일들만 수미산이다.
 수천만의 삽이 닳아 없어졌으나 산자락조차 변함없다.

 마침내 마주쳐도 나는 눈동자, 속, 빛에,
 목이 탄다,

 피부와 근육과 뼈와
 내장기관을 뜯고 열어
 심부
 深部,
 心府를,

 심장까지 해체한들
 그 어떤 마주 잡을 손도 표정도 눈빛도 없다.

 이 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