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밤나무 아래
Lim_
2024. 10. 14. 16:22
밤나무 아래
밤나무 이파리들 사이 비가 내린다
하늘이 투명하지 않고
애당초 투명했던 일도 없다.
수십 그루의 밤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위를 보니
층층이 얽힌
밤잎들이
잘못되고
찢어진
녹색 우산 같다.
이마며, 안경, 어깨에
빗방울 부딪친다.
육중히
썩는
심폐
그저 연기 따위로
밤나무 가지 이파리, 그, 살아, 키가 자라, 피어, 열매 맺어, 생존, 번식, 하려는, 것들에
토하고
방금 통화했던 이의
혼란한 전파와, 이지러진
앓는
목소리
를
앓으며
아프지 않은, 말
말을
애쓰던
목소리를.
경계도 없는 이 자리에만
밤송이 열리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
그래도 아주
나쁜 목소리는 아니었어, 홀로
중얼중얼구시렁구시렁
담배를 끈다
여기서만 도대체
몇백 까치의
담배를
태웠는지
앞으로
밤은
열리기나
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