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어제였다
Lim_
2024. 10. 10. 00:35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어제였다
눈이 붉다.
흰자에 온통 핏발 섰다.
거울 속이 피로하고
파리하다
화장실 전구가 맑지 않다.
아무 때고 성내며 증오스럽던
얼굴이
여기엔 비치지 않는다.
이것은 몹시 지쳐있다, 생각하고
물기 없는 유리의 표면을
문지르고
여러 알의, 딱딱한 수면을 삼키고
안정도 휴식도 없을 자리에
눈꺼풀을 닫고
몸에는 얇은 이불이 덮여있었다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비좁은 집, 방,
창문은 모조리 새까맣고
시계가 보이지 않는다
부엌도 거실도 방도 아닌
여기를, 헤매고, 목적도,
의사나, 의지도, 없고
128페이지짜리 책을, 하나, 집어,
들고,
아주 익숙한 필체로 거기에는
혈관이 터진 눈동자들
수두룩이
새겨져
무언가를 계속
계속, 웅얼웅얼, 비명,
비명 지르고 있는데
지면이 붉다
사람
인간은 그만 됐고,
사람이 보고 싶다
페이지가
시뻘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