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인간들이 꿈꾸며 잠들어있을 때
이 땅의 인간들이 꿈꾸며 잠들어있을 때
잠 못 이루는 이에게 밤이 길어
몸부림치며 칼이며 술이며
약이며
온갖 악덕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태양이
동녘에 밝아올 즈음
존재의 끈을
썩뚝
잘라버릴
가장 치명적인
어떤 것
을
눈물범벅으로 찾게 된다는 사실
을
나는 평생 알고 있었다
아니,
전혀 몰랐을지도 모른다
새빨갛게 터진 눈으로 펜을
쥘 적마다
벽지 위의 메모는 점차 빼곡해졌다
끓는 신음과 폭력 끝에
기절할 때마다
눈밭에서 얼어죽는 꿈을 꾸었다
안락했다
망각에 잡아먹혀 너부러진
내
주변에는
주먹질에 박살 난
전자레인지
냉장고
책상
의자
서랍
정수기
문
그리고
가족이 무너져있었다
오로지 책들만이 멀쩡하게
고이 모셔져 있었다.
과거는
사라진 듯해도
과거 속에 있다
나는 그 은빛 구름에서 은빛 눈이 내리는 은빛 눈밭을 미친 듯이 헤매며 찾아다녔다 언제까지고 어디까지고 그저 끝 간데 없이 안락히 얼어죽기 위하여 낮을 피해 밤을 걷고 새벽을 걷고 인간들의 사이사이와 인간들이 없는 사이사이와 태평양과 인도양과 땅과 하늘과 걷고 건널 수 있는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향하고 도망치고 눈에 불을 켜고 걸신들려 휘청휘청 삐그덕삐그덕
고함치고 울며
아무것도 없었다.
아,
그렇지
그건 있었다
전락과
추락
뭉근하게 삶아져
윤곽도 보이지 않게
바테이블
밑에
퍼질러진
삶
그래서
돌아왔나보다
끝장을 내기
전에
그리고 단 한 번도
도와달라고
비명
지른 적이
없었는데
아마……
잠들지 못하는 밤이
칠일
넘게 계속
되고
있는
2024년의
여름밤
은빛 눈밭을
2년 정도 꿈꾸지 않은
여름밤
얼어 죽을 수 없는
밤
사람의
환한 미소가
보고 싶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