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이 땅의 인간들이 꿈꾸며 잠들어있을 때

Lim_ 2024. 7. 4. 00:43

이 땅의 인간들이 꿈꾸며 잠들어있을 때
 
 
 잠 못 이루는 이에게 밤이 길어
 몸부림치며 칼이며 술이며
 약이며
 온갖 악덕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태양이
 동녘에 밝아올 즈음
 존재의 끈을
 썩뚝
 잘라버릴
 가장 치명적인
 
 어떤 것
 을
 눈물범벅으로 찾게 된다는 사실
 을
 
 나는 평생 알고 있었다
 아니,
 전혀 몰랐을지도 모른다
 
 새빨갛게 터진 눈으로 펜을
 쥘 적마다
 벽지 위의 메모는 점차 빼곡해졌다
 
 끓는 신음과 폭력 끝에
 기절할 때마다
 눈밭에서 얼어죽는 꿈을 꾸었다
 안락했다
 
 망각에 잡아먹혀 너부러진
 내
 주변에는
 주먹질에 박살 난
 전자레인지
 냉장고
 책상
 의자
 서랍
 정수기

 문
 
 그리고
 가족이 무너져있었다
 오로지 책들만이 멀쩡하게
 고이 모셔져 있었다.
 
 과거는
 사라진 듯해도
 과거 속에 있다
 
 나는 그 은빛 구름에서 은빛 눈이 내리는 은빛 눈밭을 미친 듯이 헤매며 찾아다녔다 언제까지고 어디까지고 그저 끝 간데 없이 안락히 얼어죽기 위하여 낮을 피해 밤을 걷고 새벽을 걷고 인간들의 사이사이와 인간들이 없는 사이사이와 태평양과 인도양과 땅과 하늘과 걷고 건널 수 있는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향하고 도망치고 눈에 불을 켜고 걸신들려 휘청휘청 삐그덕삐그덕
 고함치고 울며
 
 아무것도 없었다.
 
 아,
 그렇지
 
 그건 있었다
 전락과
 추락
 
 뭉근하게 삶아져
 윤곽도 보이지 않게
 바테이블
 밑에
 퍼질러진
 삶
 
 그래서
 돌아왔나보다
 끝장을 내기
 전에
 
 그리고 단 한 번도
 도와달라고
 비명
 지른 적이
 없었는데
 
 아마……
 
 잠들지 못하는 밤이
 칠일
 넘게 계속
 되고
 있는
 2024년의
 여름밤
 
 은빛 눈밭을
 2년 정도 꿈꾸지 않은
 여름밤
 
 얼어 죽을 수 없는
 밤
 
 사람의
 환한 미소가
 보고 싶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