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가장 풍요롭게 만끽하려고
언어를 가장 풍요롭게 만끽하려고
우리는 그 방에서
LP판을 돌려
포크송을 듣고
어느 오래된
흑백 영화
이야기를
분노와
침묵으로
풀어내곤 했다.
하워드가
뭐?
어느 하워드?
걔, 갱스터 영화
감독
말야.
그래서 걔가 뭘 어쨌다고
그렇게
빈 맥주잔과
빈
온갖 것들
사이에서
우리는
각자
무언가를 읽곤 했다.
언제나 밥이 노래하고 있었다
밥이
미스터 탬버린을 지랄 맞게 찾아댔다.
그리고 우리는
넝마 같은 이불 더미
책사태가 일어난 방
한구석에 기대어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보통
해가 지거나
해가 뜨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우리는
기타리스트였던,
손목 인대가
전부
끊어져
자살한
후배 이야기를 했다
창문 밖은
새벽인지
저녁인지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떠나려 했다
그러자 친구가
내 칼라를 붙잡으며
잠깐만, 오늘
목요일이지?
몰라
목요일이겠지
목요일이면
병을 내놔야 해
병을……
열아홉 개의 맥주병을
함께
나눠 들고
우리는
그것들을
편의점에
팔아치웠다.
동전이 생겼다
짤랑짤랑
헤어져
각자 가야 할
뭐 둥지라든가
벤치
따위로 향했다.
그 시절 우리는
안락하고
고통 없는
지옥에서
단
한 번도
뉴스를 틀거나 창밖을 내다보는 일
없이
잘
살며
천천히
실어증에
걸려가고
있었
다
아직도 밥은
빠른 템포
빠른 어조로 노래하며
휘파람에 하모니카까지 불어가며
잘 살고 있다.
하워드는
진즉에 죽었다.
맥주 공병은
150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