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생각
불균형한 신체와 불균형한 정신과 오류적 존재. 집착과 맹목성.
Lim_
2010. 7. 10. 08:34
자신의 호르몬만은 믿어야한다. 설령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제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한다. 오늘도 아침이 왔다. 밤이 지나간 기억도 없는데 아침은 온다. 정당성과 자연주의적인 욕망으로 말미암아 나는 내가 눈을 감아야 할 순간을 알지 못한다. 온갖 알약들 덕분에 졸음에 대한 내 감각은 엉망이 되버렸다. 나는 졸음과 피곤을 구분할 줄 모른다. 피로를 못견뎌 몸이 무너지기 전에 새까맣고 깊은 약기운이 나를 무너트린다. 행복한 상념이 있었다. 외롭지 않은 이미지도 있었다. 갈증이 있고 욕망이 있으며 목적한 것을 향해 가차없이 손을 뻗어대는 유아적인 탐욕이 있었다. 내 뇌를 통과하는 신경들을 붙잡아 나락 밑바닥 깊은 곳으로 끌어당기는 병리학적 메커니즘들이 있다. 내가 토해낸 것을 다시 긁어모아 집어삼킨 두통도 있다. 절대를 부정했고 잣대를 부정했으며 도덕을 부정했고 진리를 부정했고 소위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것에 존재를 맡겼다. 나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산산조각난 인격들이. 이천십년 칠월 십일. 시간은 무자비하게 흐른다. 혐오하는 것들을 주워삼켰다. 공포스러운 것들을 씹어삼켰다. 어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나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나는 틀림없이 근거가 필요합니다. 내 병증도 광증도 행위를 위해서 정당함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만일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세상은 내 몸무게만큼 균형이 잡혔을 것이다. 59kg의 돌발상황. 59kg의 불규칙성. 59kg의 명백한 오류. 그러나 자기비하가 아니다. 나는 당당하게 자기비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결말지어진 존재가 아니다. 59kg. 터무니없이 가벼운 수치고, 영향력이 없다. 내가 책을 출판한다고 생각해보자. 책 한권의 무게는 어림잡아 500g이다. 500g에 판매부수를 곱한다. 많을 수록 좋을 것이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권력일지도 모른다. 나는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원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 또한 단언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더이상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을 믿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사멸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히틀러. 히틀러는 무엇을 원했던가. 히틀러는 <조국>의 국민들이 열화와 같이 자신에게 동의해주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것을 원했다. 그래서 아마도 그 불행한 인간은 행복했을 것이다. 불행한 인간은 행복했을 것이다. 불행한 인간은 행복했을 것이다. 모든 열정들은 동등하다. 도덕을 부정했으니까. 모든 열정들은 동등하고 어딘가에서는 찬미받으며 어딘가에서는 증오받는다. 별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지구 밖으로 나가보라. 그들은 당신의 열정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규정짓는 타인. 하지만 그것도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도피적인 뉴에이지 사상에 미쳐있지만 않다면, 당신은 지구 위에 땅을 밟고 서있는 비참하고 초라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든 가치는 절대적으로 사멸한다. 어쩌면 나는 권력을 원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그 어떤 가치도 영구하지 않다고 단언하면서도 어떤 무거운 가치를, 내 존재성을 인정해줄, 증명해줄, 뒷받침 해줄 그런 강력한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발버둥치는 중인지도 모른다. 발버둥. 발버둥. 어떨까, 사실 난 그런 단어에 어울릴정도로 열성적인 모습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무기력도 8할 정도는 약물의 탓이다. 그들이 날 안정시켜주겠다고 말하며 건낸 약. 위대한 정신병리학이여.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사방이 캄캄해지기 시작하는 초저녁에, 세상에는 배경음악도 없고 정해진 계획표도 없다. 그저 유치하게 강간을 한다. 강간을. 생명력. 충실한 생명력. 범법. 집단사회. 최소한의 예의. 도덕. 전통. 탈피하다. 위버맨시. 야수. 개인. "혁명가는 증오하기 위해 증오하고 파괴하기 위해 파괴한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던 것들이지만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혁명주의자가 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단 한가지 정당할 수 있는 전체주의(집단)가 있다면 그것은 그 어떤 이상이나 사상도 가지지 않고 오직 모든 체제의 붕괴를 위해서만 원한을 불태우는 전체주의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약으로 심장을 재울 수 있다. 내 혈관 속을 흘러다니는 호르몬과 화학물질들로 나의 병증이라는 것들을 다소나마 제한할 수 있다. 공격성은 억압당하고 증오는 가라앉아 결정화 되며 슬픔은 천박한 유쾌함에 가려져버린다. 졸음 속에서. 졸음을 위한 메커니즘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