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ideal(egloos)
2010/03/10 - 나는 이제 낯 모르는 의사에게 정직을 고하러 간다.
Lim_
2010. 7. 9. 14:18
다시 병원에 가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내가 병자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깊이 병들어 있다. 우울해지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도 내 병증에 대한 증거들 중 하나다. 나는 더 이상 하루종일 우울해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때나 가슴 깊이
분노하고, 증오하며, 가끔은 끔찍할 정도로 무감각해진 채로 습관처럼 적의를 불태우고, 지치고 피곤한, 안개낀 정신으로 자살을
꿈꾼다. 표출과 파괴를 꿈꾼다. 그리고 정신없이 웃으면서 내 타성과 관성에 대해 고민한다.
굉장한 객관이다. 그렇지? 나는 모든 것을
안다. 나는 모든 입장들을 알고, 나는 나 자신을 철저하게 관찰하고 분석할 줄 안다. 공부를 했지. 공부를 했거든. 나는 지식과 경험으로
스스로를 정신분석하고 리포트를 작성해서 내 담당의에게 가져다 내고 점수평가를 받는 환자다. 굉장한 이성이다. 굉장한 분리다. 굉장한 몰아다.
굉장한 병증이다. 나는 바닥나지도 않는 에너지로 내 병을 파내고 리스트를 만들어 정리하고 있느니 차라리 모든 것을 무너트리고 불을 붙이고
싶다. 해소와 치료. 해소와 치료. 그러나, 그러나 나는 또 내 발로 병원으로 걸어들어갈 것이다. 아이러니만 잔뜩 짊어지고. 무엇이
부족한지.
박제된 표본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그것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박제된 표본들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