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ideal(egloos)

2010/01/06 - 태양의 살가죽은 무슨 색을 하고 있는가.

Lim_ 2010. 7. 9. 14:08

 우리가 기대할 것은 몰이해와 모멸 뿐이다. 우리가 기대할 것은, 몰이해와 모멸 뿐이다. 사람들의 발랄한 입과 혀에 둘러싸여, 광대짓을 하러 무대 위로 끌려나가는 남자는 처량한 인간이다. 우리는 숨을 쉬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통증과 좌절 속에서 스스로 진화해, 결국엔 산소도 필요로 하지 않는 괴상한 동물이 되고 말 것이다. 질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수면 위로 떠오르기보다는 갑자기 덮쳐오는 찬 물결 같은 트라우마와 조소들을 피해 더 깊은 곳으로 헤엄칠 것이다. 발과 다리가 달린 물고기들은 모두 동족이라며 우리를 환영할 것이다. 그들은 눈 위에 카메라 렌즈를 덮고 모래로 옷을 지어 입고 다닌다. 해변에서 백사장에 발을 묻고 태양 아래에 서있으면 항상 머리가 어찔하기만 했던 이유를 알고 있는가. 우리는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포유류인 채로 생선이 되어 바다 깊은 곳으로 걸어들어갈 것이다. 무거운 납덩이를 집어삼키고 친구들을 만나러 바다 밑바닥까지 가라앉을 것이다. 그들 역시 납을 집어삼켜 입이 틀어막혔기 때문이다. 납독으로 욱씬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들을 만나러 갈 것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들이 아닌 그들은 그들의 관심만큼이나 치명적이다. 치명적인 것은 고통을 강제로 살게 만든다. 비몽사몽한 가운데 나는 매일 아침 기상할때마다 자살을 되뇌인다. 이미 나는 습관처럼 절망하고 습관처럼 자살을 희망한다. 꿈에서밖에 본 적이 없는 묵직한 납덩이가 시체의 손가락에 당겨져 세 발하고도 다시 한 발, 그러면 내 두개골이 박살나고, 뇌수와 함께 모든 관념과 이미지들이 갈가리 찢겨 나갈 것이다. 오히려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는 고래처럼 떠올라 망망대해 위에서 모든 사물이 태양으로만 가득 채워져있는 것을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