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슬픔의 내륙

Lim_ 2016. 11. 30. 23:19

슬픔의 내륙



나는 슬픔을 마신다.

아침-아침임에도 어두운 방 한구석

에서 눈을 뜰 때 나는 방안에 연기처럼 퍼져있는

슬픔을 마신다.

그러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나는 슬픔에 너무 바빠

다른 일에는 눈길도 주지 못한다.


점심 때, 사람들이 실컷 일을 하고 식사를 하러 갈 때에

나는 여전히 내 방 안, 그곳에서

이불에 둘러싸여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마른 슬픔에 뒤척거린다

아, 난 게으르지 않아. 이건 그저

내가 게으르지 않기 위해 선택한 또 다른

게으름의 방편일 뿐이야. 나는 내 살을 물어뜯고


저녁이 되어 네온사인들에 불이 들어오고

술집들이 문을 열 때, 나는 가벼운 지갑을 움켜쥐고

해가 진 거리의 처량한 냄새를 맡으러 나간다.

「여봐, 삶을 직시하고 살아. 제발…….」 이런 젠장……

난 이미 삶을 직시하고 있어, 그 꼴이 이렇다고.

「그렇다면 남들처럼이라도 살아봐, 네 손을 펴고.」

오래 전에 손도끼와 실톱으로 잘라낸 내 손 말이야?


자본주의가 책정한 술값을 꼬나쥐고, 그 지폐들을

꼬깃꼬깃 오른손에 쥐고, 그 종이들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꽉 쥐고…… 나는 계단을 올라

저기 길가에는 이미 술에 취한 노인네들이―그러나 충분히 젊은 노인네들이

담배연기를 뿜으며 뭔가를 숙덕거리고 있다. 그들의

마스크에서 번질거리는 미광은 내게

도시적 비극의 비밀을 넌지시 전한다. 그러나, 엿 먹어, 난 술을 마시러

갈 거야…….


분수에 맞지 않는 눈물을 마시고 내 피를 마시고

이미 알코올의 냄새로 독하게 삭아버린 내 피를, 피를,

한 발자국만 더, 한 모금만 더 마시면 이 슬픔도 전부 지워지겠지

그러나 망할, 나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실 돈이 없어

어설프게 취한 내 슬픔에는 중력가속도가 붙어

그러나 여전히 눈물은 나올 기색도 없고, 염병, 나는 신음을

사망의 기괴한 골짜기에서 기어 나온 것 같은 신음을

신성모독적으로 으르렁거리며…… 그래, 이게 내가 하는 일의 전부지

머리를 흔들고 눈동자를 흔들고 그러나 충분치는 않고

오늘은 달이 안 떴어. 요 며칠간 달을 못 봤어.


도시의 거리를 가로질러 흙탕물을 튀기며 걷는다.

빈 방에 도착하면 나는 바싹 마른 내 얼굴을 부여잡고

우는 사람의 흉내를 내며―그러나 울지는 못하며

적당하지 못한 알코올 때문에 한숨을 쉬며 나는 생각을 하겠지

생각, 생각, 그 빌어먹을……인간의 권능.

거리에는 시베리아에서 온 북풍의 냄새 속에

슬픔으로 빚은 보드카 냄새가 나.


오늘도 슬픔을 마시느라 너무도 바빴다.

이불로 도망쳐

수마(睡魔)와 껴안고 눈에서 흰 연기를 뿜을 시간이다.

안녕, 안녕, 굳바이, 나의

나의 어떠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열정의 시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