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송곳니로 덮인 눈동자

Lim_ 2016. 9. 1. 02:03

송곳니로 덮인 눈동자



온몸에서 이빨이 돋는다.

구원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길을 걷다 네온의 석양 속에서 웃는 이를 보면

온몸의 이빨이 떨린다.

차와 버스들이 소음을 뿌리며 달리고 머리 위에선 전철바퀴가 진동한다.


어제 내린 비로 포도(鋪道)는 더럽게 젖었다.

어제 내린 비로 도시민들의 영혼의 바지자락도 더럽게 젖었다.

하늘도 아직 젖어있다. 먹구름 없이도 하늘은 캄캄하다.


얼마 전 꿈에서 안경을 밟았다.

깨어보니 안경은 짓뭉개져있었다.

이불 주변엔 빈 약통들이 굴러다녔다.

손으로 그것들을 씹어 먹어 흔적을 감췄다.


안녕하십니까, 의사선생님. 무려 한 달 만이군요.

그런데 오늘도 저는 정직하지 못할 예정입니다.

선생님의 눈에는 아직도 내 손목에 돋은 이빨이 보이지 않습니까?

아무것도 말할 것이 없어요. 차라리

내 입을 가져가버리시지요.


암소고기가 먹고 싶습니다. 방금 잘라와 피가 뚝뚝 흐르는

<구하기 힘든>.

노자가 말했던 것이 옳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노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말입니다…… 안타까운 감정이라면

나치스들과 혹은 니체에게나 주도록 하세요.


이 이빨들이 전부 자라고 나면

위험한 줄타기도 웃음소리로 말미암아 끝날 것이다.

아니요, 프로이트는 죽었어요.

하여 내 정신은 중력가속도에 영향을 받는다.

처음 손가락 끝에 이빨이 돋는 것을 볼 때는 무서웠지

물론 지금도 무서워.

그러나 갈증은 더욱 크고

웃음소리는 그보다 더욱 커다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