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고통과 아름다움

Lim_ 2015. 12. 3. 19:50

고통과 아름다움



겨울에, 다리 밑의 얼어버린 강가처럼

언어로 말할 수 없는 유랑자의 심정을 말하기 위해

나는 미학이라는 것을 끌어안았다.

이윽고 그것은 내 영혼의 틈과 갈라진 계곡 사이로

녹인 쇳물처럼 흘러들었고,

나는 언어가 감당하지 못하는 언어를 입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오, 그러나 그것은 광기의 대가였다.

용접한 듯이 굳어버린 영혼의 파편들은

누울 풀섶도, 취해 쓰러질 모래사장도 찾지 못하고

도시의 언저리에서 여전히 방황했다.

그것은 이전보다도 내 뼈를 너무도 아프게 했다.


사람들은 봄에 인간이 정신을 잃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꽝꽝 얼어붙은 시베리아의 바람이 부는 계절에

사람은 두꺼운 코트 안에 좁은 어깨를 끌어안고

단 한 순간의 열기만을 찾아

술집에서 술집으로 침울하게 이동한다.

마치 게구멍을 찾아 돌아다니는 작은 꽃게처럼

사람은 제대로 걷지도 못했더라.


「뼈가 아파 죽겠어……」 술이 깨면 깜깜한 뒷골목에서

더욱 자신을 끌어안으며 원시의 모습으로 죽으려는 이들.

바람은 송곳처럼

결국 영혼을 깨트리고야 만다.

광기는 녹지 못해 움츠리고

고통은 뇌에서 흘러나오는 분비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