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꼽추의 노래

Lim_ 2015. 6. 22. 08:22

꼽추의 노래



1.

당신의 맨 밑바닥에 분노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


2.

경멸과 조롱의 팡파르가 울리오.

추한 곱사등이의 몸뚱이로 거리를 맴돌면

날아오는 돌멩이와 욕설이 차라리 즐겁다고 내 굽은 등은 웃으오.

아! 그런데 나 하나 모호한 것이 있오.

언제부터 내가 곱사등이의 몸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으오.


나 어느 밤 사람들 몰래 어린아이 하나를

마대자루에 잡아넣고 내 소굴로 달렸오.

굴속에서 나는 아이를 꺼내

<이것보아. 이것이 행복해지는 약이야.>하며

알약 하나를 먹였오.

고독과 오래 살다보면 자연히 약학과 친해지고

어둔 굴속은 정신의 연금술이 태어나는 곳이오.


나 램프로 밝힌 굴속구석에서

손톱이나 물어뜯으며 아이의 눈동자를 보았오.

눈에 황금색 고리가 돌았고

속에서는 이죽거리는 멸시가 보였오.

낙타 혹 같은 내 등이 키들거렸고

당췌 내게 뭘 바라겠오?


여기가 반대편이오. 와서 무엇이든 좋으니

붙잡고 찬미하시오.

병신 몸뚱이밖에 가진 것 없는 내가

당신들 눈동자와 지저분하게 흘러내린 입꼬리를 볼 때

무슨 생각을 하든지 그것이 무어 중요하오?

나는 진흙으로 여러 번 사람도 빚어보았오.

그 뒤에 전부 짓이겨버렸오.


이제 나 햇빛 찬란한 날 거리에 나가면

아이 잡아먹는 꼽추라고 매질을 당하오.

나는 수그리고 엎드려 돌팔매질을 당하며

저쪽에서 돌 던지는 아이를 보며 웃으오.

매질이 끝날 때까지 나는 남들 몰래

행복의 알약만 두알 서알 삼켰오.


나는 늘 웃소. 와서 같이 웃으시오.

나 아무도 찬미하지 않고

나 아무도 손잡지 않고 웃으오.

나 가지가 모두 잘린 나무를 보았오.

푸른 풀밭에서도 그것만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오.

불구에 상처 받은 것들만이 생명을 노래하오.

흑사병에 걸린 환자가 더욱 빛을 찾듯이.


부디 모두 행복해지시오. 그럼 나는

당신들 행복한 이들의 사회를 어두운 밤에만

골목골목을 전전하며 곁눈질로 찾겠오.

내 주머니에 수북한 행복의 알약은

당신들이 삼킬 때에만 내게 의미가 있오.

나 길게 기른 손톱과 굽은 등으로

그림자 진 가로등 뒤에서,

웃는 채로 굳어버린 내 혐오스런 얼굴을

태초의 표정으로 돌려놓을 신선한 물줄기를

공허하게 기다리고만 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