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도시살이

Lim_ 2014. 10. 24. 01:41
도시살이


나뭇잎이 떨어지고 거리에서는 은행 냄새가 납니다 나는 가끔 친구를 얻고 자주 친구를 잃는 와중에 술을 마시고 담배를 마시고 밤에는 어둠이 긴 것을 슬퍼하고 아침에는 태양으로부터 도망치고 빛이 내리는 모든 광경들을 향해 족히 몇 주는 깎지 않은 나의 길고 슬피 앓는 손톱을 박아 넣습니다 커피로는 성이 차지 않아 카페인과 발광하는 잠들지 못하는 눈 감지 못하는 광증을 심장 깊이 주사합니다 나는 점점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잃어버리는 만큼 새로운 것들을 얻고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기어 올라오는 상처의 웃음소리를 오물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을 높이 치솟은 건물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지진의 전조들을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종말의 암시들을 나는 제정신을 잃고 있습니다 반쯤은 나의 고의입니다 새벽 중의 강가에서 별과 달을 향해 세계의 법칙을 부르짖었던 것이 언제였나요 모든 것에 천천히 녹이 슬고 있습니다 나의 영혼은 육체를 지겨워하고 있습니다.

내 통장에 참으로 오랜만에 많은 돈들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나는 가난에만 익숙해진 탓에
차라리 그것이 습관이 된 탓에
다시 가난해지기 위해 지폐들을 개골창에 빠뜨립니다.
가끔 허리가 굽은 사람들이
스스로 작아지며 떠내려 옵니다.

내게 많은 종이돈들이 생겼으니 이제
나는 나의 친구들을 만날 때 아침에도 취한 채로
거리를 걷습니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아침 햇살 번쩍이는 지긋지긋한 도시를
취객의 발걸음으로 관통합니다.
올곧게 걷는 사람들이 모두 나의 적이라고
나는 분노도 없이 말합니다.

인간이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서부터
떠나는 것이 퍽 쉬워졌습니다.
그저 떠나고자 하는, 돌아가고자 하는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묶어두지 못합니다.
나는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을 위하여
만취해 고개도 가누지 못하는 몸으로
떠날 이들에게 웃음과 인사를 건넵니다.

나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과 만난다는 것은
아직도 내게 가장 큰 미스터리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생소하고, 나는 아직도
그들이 한 병의 소주도 남겨두지 않고
떠날 것을 대비하여 눈동자로 두 병의 소주를 마시고
놀이공원의 거울에 비친 감정들만을 씹어
후두둑 후두둑 떨어트리며 웃는데.

내가 독백을 하지 않게 되는 때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너무 많은 술을 위장과 뇌와 혈관에
부어넣어 기억을 거부하고
절대적인 피로에 짓눌려 바닥에 쓰러질 때
나는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습니다.
광기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고의로 망가지는 것
뿐입니다.

새롭고 동시에 오래된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고통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수 년 동안이나
방 밖으로 나가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나는 내가 충분히 마모되었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광석 나부랭이가 아닌 펄떡이는
그러나 한없이 취약하게 펄떡이는
진액과 혈액을 뿜어대는 살덩어리였습니다.

아편이 아니면 권총을, 나는
아직도 꽃이 피고 지는
찰나의 계절에서 살고 있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과잉되어있는
죽은 작가들의 발광과 포효를 견디지 못해
더는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