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진입금지
Lim_
2013. 5. 14. 02:21
진입금지
가끔 너무 왜소하다
새벽 두 시 경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은근히 비추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골목 구석에서
혹은 술에 취해 계단도 내려가지 못하는
노인의 발걸음을 바라볼 때
더러는 끔찍하도록 새까만 하늘
별빛 하나 없는 암흑 속을
초점도 잃고 바라볼 때
마침내는 아무도 찾지 않는 더러운 길바닥에 주저앉아
내 눈물샘에 슬픔 대신 메마른 감정만이
바퀴벌레와 쥐떼가 까맣게 뒤덮은
적막한 절망만이 차오를 때 말이다.
실상 나는
여기가 어디인지를 모른다.
길 가는 사람들은 실체가 사라져
태양빛을 굴절시키는 아지랑이처럼
손에 잡히지도 않고
말을 걸 수도 없다.
내 이성이 너무 오래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나는 울지도 못하면서 지껄였다. 「종말을!」
드높이 치솟은 마천루 위에서 뛰어내리는
날개가 잘린 비둘기의 심정으로.
누가 위대하다고? 터무니없는 소리!
버려진 것들만 있을 뿐.
손에 잡힌 금이 간 시멘트 조각이
나의 시대라고 나는 말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십자가에 매달리기도 하고 십자가를 부서트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것을 불태우기도 했다.
나! 나! <나>!
버러지 같은 것! 하등 이름조차 없는 것!
찬미하라! 찬미하라! 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과묵한 대지의, 늙은 거북이 같은 움직임을!
나는 죽은 사람들의 목을 잘랐다.
거기서는 피도 흘러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