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생각

기쁨

Lim_ 2012. 9. 4. 03:04
 내가 오랫동안 썩고 있었을 때 나는 내가 썩은 오물덩어리가 되어서 눈을 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동굴에는 빛이 들지 않았고 말동무라고는 천장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커다란 눈밖에 없었다. 그는 가끔 나를 바라보면서 내가 정말로 썩고 있는지, 혹여라도 헛된 희망을 품지는 않는지 감시하곤 했다. 나는 그와 마주보면서 내 육체와 더불어 정신까지 썩은 흙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는 오랫동안 썩었다. 정말로 오랫동안 썩고 있었다. 어느 날 동굴의 입구가 오렌지 빛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울음을 터트릴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내 모든 것이 부랑자의 거적처럼 닳고 부드러워져서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옳지. 나는 울 수가 없어서 가끔 웃었다. 나는 널부러진 쓰레기더미 같았다. 그때 나는 완전히 포기했던 것 같다. 그가 말했다: 너는 포기할 것조차도 없다! 하지만 내게도 의식은 남아있었다. 흑연가루를 잔뜩 묻혀놓은 수정 같은 의식이……. 그런데 이제부터 나는 인간애(人間愛)에 대한 이야기를 하련다. 거의 사 년 동안 나는 썩어갔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내 입꼬리에서는 정기적으로 신음소리가 흘렀는데 그것은 신성모독적이었고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처참하도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드디어 다 썩어서 부스러져버렸을 때, 내 알맹이가 썩지 않고 남아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나의 썩은 육신과 정신의 잿더미 속에서 햇빛을 만나 반짝반짝 빛날 순간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오, 그때 내가 느낀 그 감격이라니! 내 알맹이는 그 오랜 시간을 견디면서 빛을 기다려온 것이었다. 오직 빛나는 것만으로 위하여! 순간이라도 좋다. 나는 천장에 들러붙은 그 커다란 눈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이제 동공이 퇴색하여 아무런 색깔도 없었다. 나는 이미 부패하여 조각이 후둑후둑 떨어져내리는 손으로 내 알맹이를 집어들었다. 그것은 깨끗했고…… 그 어떤 과거에도 없던 것이었다. 그것은 아름다움의 전조 같은 것이었다. 나는 죄 썩은 내 몸을 긁어모아서 모양을 만들고 근육을 뭉쳐 사람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 알맹이를 들고 동굴 입구를 향해 기어나갔다. 바깥에서는 햇살이 폭우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높았고 태양은 불타는 다이아몬드 같았다. 나는 짜라투스트라가 은둔하던 곳이 어딘지를 알아차렸고, 내가 굳이 저 아래로 내려갈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나는 내 알맹이가 빛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귀중하게 나의 알맹이를 감싸 안고 날카롭고 투명한 공기가 흐르는 지상에서 비틀비틀 두 다리를 딛고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