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생각

창조와 영감과 환희.

Lim_ 2011. 5. 14. 22:41
 나는 내가 상당히 괜찮은 소설을 구상하고 있고, 그야말로 멋지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만한 소재와 부품들을 구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텅 빈 페이지를 직시하고 있을때 돌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온갖 발상과 생기를 머금은 대사들이 내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 물론 나는 아직 단 한 줄의 문장도 완성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내 의지로 인한 것이다. 나는 아직 이 이야기를 형태화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내 두개골 안에서 기분좋게 굴러다니는 가공의 인물들을 다소 흥분한 마음으로 관찰하곤 한다. 보라! 나는 곧 걸작을 써낼것이다! 그러면 내 모든 수치와 내 발치에 놓여 나를 노려보는 경멸의 시선들도 전부 산산조각나 사라질 것이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렇게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공상 속에서 갖게 된 성공을 빛에 비춰보이고 또 자랑한다. 그리고 나는 또 내 마음의 많은 부분을 꽉 물고 떨어지지 않는 나의 적들을 향해 사납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말했지 않은가! 바로 내가 옳다고! 너희는 모두 글렀다! 이제 내가 위대함에 더 가까우니 당신들의 지식과 교양이라는 것은 전부 시체조각과도 같다! 당신들은 이제 나의 적조차도 아니다! 그저 무덤 아래에서 신음하는 덜 죽은 주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나는 다시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내가 쓰려는 이 이야기조차 어딘가의 책에서 따온 흔해빠진 것은 아닐까? 나는 정말로 당당하게 자랑해보일 글을 쓰려는 것인가? 이 과잉의 시대, 이 21세기에서 나는 독창성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창조력이라는 것은 순식간에 빛이 바래고 낡아빠진, 추잡하고 비웃음이나 살만한 것이 되어버리고 말리라. 흠! 그러나! 전보다는 덜 자신만만하지만, 나는 내게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과 능력이 충분히 있으리라고 추측한다! 달리 믿을 것이 무어 있겠는가. 내게는 그것밖에 보이지가 않는데.
 어쩌면 이런 흥분된 마음과 즐거워하는 입술도 다음달, 혹은 다다음달, 어쩌면 이 텅 빈 페이지를 완성하게 되는 그 날이 오면 송두리째 나락 아래로 떨어져내릴지도 모른다. 실상 그것이 몇번이나 겪어왔던 일이고 사실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도무지, 내 영혼의 눈 앞에서 번쩍이는 그 섬광들을 완벽한 형태로 옮겨오는 것에 서툴렀던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선과 면을 따라 길가에 놓인 바윗덩이를 완벽한 예술품으로 깎아내는 것과 같다. 이 일에는 요령이라는 것도 없고, 그저 언제 거머쥐게 될지 알 수 없는 성공을 위해 그 반석으로 수많은 실패들을 쌓아올리는 일만이 필요한 것이다. 그 사실 때문에 가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지만, 이것은 안도를 위한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들을 짓밟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만 하리라! 단 한 번의 휴식도 없이, 나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섬광에 가까워져야한다! 지금 내가 열에 들뜬 정신으로 뒤쫓고 있는 이 이야기는 과연 성공을 위한 과정이 될 것인지 혹은 결정적인 성공이 될 것인지. 나도 확언하지는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나는 마치 눈밭 위에서 눈덩어리를 굴리듯이, 조심스럽고 또 최적의 방식으로 나의 아이디어들을 부풀려야한다. 덧붙이고, 깎아내고 자르고 또 색을 칠하거나 지우기도 하며, 작업을 진행해야한다. 몇 번이나 반복하여 고백하건데, 나는 기쁘다! 나는 절망스러울 정도로 기쁘다! 내가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창조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유일하고 또 얼마나 특별하며 환희로 가득한가! 단 한 줄기의 빛! 천지사방을 까맣게 메우고 있는 어둠 때문에 그 빛줄기는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어쩌면 그 빛을 제외한 모든 어둠이란 그 빛줄기가 더욱 더 선명하고 날카롭게 빛나는 것만을 위한 무대장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충분히 살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는 마치 빛에 취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