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생각

실패와 부패.

Lim_ 2010. 12. 18. 17:18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거부. 멸시. 경시. 절벽 아래로 밀려 떨어진 기분. 또 한 번의 광막한 시간이 내 앞에 들이닥친다. 자유, 자유란. 그것은 지독히도 비인간적이고 사방으로 날이 서있는 위험한 흉기와 같은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손에 없을 때에 우리는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지만, 막상 손에 넣고 보면 그것은 자신의 날카로운 뿔과 바늘 따위로 우리의 살과 뼈를 헤집어놓는다. 고통. 고통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큰소리로 외친다.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인가. 단 한 번의 인생. 모든 것은 가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들은 등가의 가치를 지닌다. 다만 취향의 문제만 남을 뿐. 비논리적인 것. 그러나 현실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바로 그 가장 비논리적인 감정이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가치를 열망하던 나의 시간은 공기처럼 투명하고 무의미하게 흐른다. 시간에 대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선택들 중 하나, 계획. 예정. 그것들은 전부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렸다. 또 한 번의 대책없는 시간들. 내 연속적인 삶. 나는 그저 그만두고 싶다. 내가 행하고 있는 모든, 근거도 의미도 목적도 없는 행위들을 그만두고 싶다. 백년이고 천년이고 그저 잠만 잘 수 있다면. 사고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이것은 절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내가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이제와서는 나 스스로도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실패했다는 한가지 사실 뿐이다. 그 미래를 위해서 근 일년간 나는 무던히도 애를 썼다. 스스로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내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격벽을 열어보이려고 몹시도 애를 썼다. 몇 번씩이나 피흘리고 나 자신의 이상성에 좌절하면서도 나는 그들이 내게 요구했던 것을 가지기 위해서 더 가까히 인간들의 시선 사이로 기어들어갔다. 그러나, 그러나 내게 남은 것은 더 커져버린 공포와 칼로 자르는 듯한 거부 뿐. 나는 다시 내 꽉 막힌 갈비뼈들 사이로 들어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서 언제까지고 그저 잠만 자고 싶다. 그만두고 싶다. 살아가는 것을. 좌절하는 것을. 갈망하는 것을. 나를 향해 번뜩이고 있는 세계의 적의에 일그러진 미소로 답하는 것을. 나는 더이상 웃고 싶지도 않다. 철벽 같은 나의 가식.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회적 기술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마저도 그만두고 싶다. 사람들의 발과 손, 눈과 귀, 그리고 입들의 무더기 사이에서, 나가고 싶다. 나는 옛날 같은 고립을 원한다. 나는 그때처럼 공허하고, 또 영원하기에 오히려 자극조차 되지 않는 슬픔과 고독으로 내 정신을 무장하고 싶다. 무엇인가가 내게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고 무의미한 혼잣말을 뇌까리면서, 잠자리에 누워 천장을 향해 몇 번 손을 뻗어보다가 무너지듯이 잠들어버리는 하루하루의 연속들로, 회귀. 차라리 아무것도 기대되지 않는, 낮게 가라앉아 이따끔씩 경련하듯 꿈찔거리는 절망의 공기 사이에 누워서 말이다. 차라리 그것이 낫다. 영원성과 유사한 것. 그리고 곧 끝내버릴 수 있는 것. 단단히 닫힌 나의 방 안으로. 차라리 그것이 낫다. 그곳에서는 아무런 희망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나는 모른다.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나는 모른다.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나는 모른다. 시간에 목이 졸리며,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좌절할 뿐. 어제와 오늘과 내일. 내일. 또 내일이 온다. 그러면 나는 강제적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기대되지 않는 일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 그러한 폐쇄상태로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실망의 시선들로 갈가리 찢어질 내 모습을 나는 상상할 수 있다. 나는 그만두고 싶다. 나는 잠을 자고 싶다. 영원히 깨지 않을 잠을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