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미안할 줄 몰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에

Lim_ 2025. 4. 24. 21:20

미안할 줄 몰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에


 어렸을 적, 주변에서는
 애정을 품고
 사랑할 줄 모르는 이들이 살았다
 나는
 본성을 뒤틀어놓는 법을 배웠다.

 그 뒤
 정직과 의문을
 위협으로 굴복시키는 이들이 포위해
 나는, 모든 位를
 적으로 삼는 맛을
 입안 가득 채웠다.

 머리가 좀 크자
 그들이 빛살 비추는 눈동자
 반대편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았다
 사람이 서로를 얼간이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알았다.

 그렇게
 누구도 다가올 수 없게 되자
 망령들만 스승이며 동료 되어
 나는 곰팡이 핀 과거 밑바닥에
 절망에 자기파괴,
 위악, 등등
 생명의 물인 양 들이켰고

 웃음은 내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벤조디아제핀도
 그랬고.

 나의 마을은 공포와 원한 경계로 가득 차
 퍽
 보기에 좋으니
 사방 팔방 시방이 고향 땅이며
 왕국이었다.

 거리낄 것조차 없었지
 도대체얼마나오랜세월그밖으로단한발자국도나서지않았는지
 지랄
 염병할,

 그러다 어느 순간 어느 날에 발은 허공을 밟아 머리통도 신발장에 처박게 했고
 생명의 물은
 비참의 변명이더라.

 모든 삶을
 거꾸로 뒤집어
 전부 쏟아내야 했다

 각운 맞추기를 멈추고
 병원 냄새 지독한 입안
 을, 뱉어, 내고
 폭죽 터지며 빛나며 밤하늘로 빨려들던 
 을, 멈추고
 인생을
 시작할 때였다.

 신발장에 머리 처박고 쓰러져
 내려다보는 가족들의 눈빛, 생각하며
 웃고
 핏덩이로 태어난 이래 처음
 공기와
 온도를 감각하고
 어느 날엔가 동해 바다
 파도와 바람과 빛마저 촉식
 하고

 물을 마시고

 그것은 텅 빈 것에 더더욱 노골적이어서, 나는
 사랑과
 유대와
 기쁨과
 수전증과
 뇌 손상과
 말소된 회한을
 배웠다,
 덕분에

 웃었다.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