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안녕

Lim_ 2025. 1. 24. 02:43

안녕


 벽시계는 분침이 12를
 가리키기 직전
 세 번의 작은 불빛을 내

 방에 앉아 마주 보면
 상당히 자주 빛나.

 꺼진 형광등 올려보며 나는
 별 이유도 없이 무고한
 멕시코인
 타자기로 후려갈겼던
 불행한 작가를 생각하고 있어

 그 미친
 못생긴 영감탱이
 방 건너 잡음이
 거슬렸다지.

 이불 깔기도 전부터 방안
 보일러 돌아가는 소음
 가득 흘러넘치고

 결국 이곳밖에 누울 자리는 없네.

 안녕
 나는 오래
 찾아 헤매던 답을 알아냈으나
 답이 되지는
 못했어.

 여기는 오전
 세 시 십구 분
 별 의미도 없는
 나열될 가치도 없는
 수치 덩어리

 다만 당신에게 읊어줄 수는 있겠네
 불면이 불러오는 건
 의식을 제외한
 모든 마비

 그리고 내밀어진 희귀한 손들과
 사람의, 감정, 감사는,
 몹시 신비스럽고 예측할
 도리조차 없는 일이었지

 꽤
 괜찮은 일이라니까.

 너무도 익숙한 병증과
 믿기 힘든 변화며 새로움은
 이때쯤 거대하고 단단하여 무딘 빛의 동상이 되어
 얼어 죽을 제비 한 마리
 은근히
 기대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걱정할 건 없어
 마비됐다고
 증명할 것도 없고

 불 꺼도 형광등에 미광은 남고
 보일러는
 그만 됐어.

 살아온 중
 최고라니까
 정말로

 쓰러져 바라보는
 천장과 벽지의 무늬는,

 그래
 하얗고 작은 빛이
 또 세 번
 점멸하네
 그러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