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비 내린다고 누가 그러기에

Lim_ 2024. 11. 14. 21:06

비 내린다고 누가 그러기에


 우산 들고 나왔는데
 비는
 얼굴 한 방울 때리더니
 멎었고
 낙엽이 더 내린다

 지금이 십일월이랜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고.

 낮에도 침침한 골목구석
 이제는 해도 가라앉았고
 편의점 우산 들고 어슬렁어슬렁
 돌다가
 마침 저 벤치 처마도 있겠다
 앉았다

 뭐하러 나왔더라,

 모르겠고,
 여기 놀이터는 어느새 새단장 했는지
 모래도 없고 놀이기구도 죄다
 신식이네, 아무도 안 다치고
 안 놀겠네.

 세련되고 모던하게 한쪽에다 세워놓은 장식용 벽
 에는, 특별순찰구역, 떡하니 붙어있고
 낙엽은
 가로등 주변에만 내리는가
 빛에서 눈 돌리니 사방팔방 다 내리고
 애들 하나 보이지 않는 놀이터에
 할머니 둘만 빙글빙글, 타원
 그리며 걷고

 우산은 왜 들고 왔더라
 그러고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
 접근금지 테이프 쳐놨던데

 웃으려는데
 기침이 난다.

 그래 뭐
 다 좋은데
 놀이터 입구
 최첨단, 같은,
 씨씨티비
 지 혼자 뱅뱅 돌고 번쩍번쩍
 정말
 참
 더럽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