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생각
악순환.
Lim_
2010. 7. 14. 03:53
나는 알 수 없다. 세상은 태어나자마자 폐허가 되었고 탄생일은 내게 저주나 다름없었다. 그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나는 눈에 들어오는 온갖 가치들에 손을 뻗고 그것을 잡아당겨 뿌리째 집어삼킨 후 또다른 가치에게 손을 뻗는다. 가치들 사이에서 방황하며 내 정신의 근본 구성성분들을 갈아치운다. 그래서 나는 가치의 본질까지 보았다. 나는 내가 절멸해 없어진다는 것을 믿는다. 나는 더이상 먹어치울 가치조차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가치의 본질이 곧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기는 커녕 실제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를 위한 미덕 같은 것이며 인간을 위한 믿음 같은 것이다. 나는 내가 절멸해 없어진다는 것밖에 믿지 않는다. 존속을 믿지 않는 사람은 해야할 것이 많지 않다. 해야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나는 살아있고, 나는 온갖 것들에 대하여 알 수 없다. 나는 나 이외의 모든 것들을 단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으로써 망가졌고, 신념과 법과 신성을 모조리 위와 장으로부터 끄집어내어 오물통에 내버리고 나니 내게 남은 것은 취향과 감정밖에는 없었다. 세상은 태어난 이후에도 재차 폐허가 되었다. 나는 억압당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강조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도 과거의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약물의 기만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이미 난 내 정신과 영혼조차 타인의 학문에게 맡겨버린 구제불능의 좀비 같은 것이 되었다. 내장을 쏟아내고 죽어버리고 싶다. 정직을, 정직을, 정직을. 모든 사상과 이념이 정신질환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간은 문명이 탄생한 순간 죽었다. 산산조각으로 찢어발겨져 죽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조차 아니었다. 인간이라는 종에 햇빛조차 반사되지 않는 깨끗한 유리창은 포함되지 않는다.
글을 써야한다. 글을 써야만한다. 글을 써야만하고 써야 할 글을 생각해내야한다. 모든 것에 정통한 오만한 나는 뻔한 피해망상 속에서 내 정신과 미학에 대한 음모를 느끼지만 그것이 허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수백수천번이나 반복되고 있는 지독한 악순환이다. 내 정신과 사고는 악순환이라는 단 하나의 단어로 정리될 수 있다. 나는 악순환이다. 나는 회전하는 재앙덩어리다. 나는 글을 써야한다. 나는 글을 써야하는데 그들(혹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내 문학은 덫에 걸렸다. 발목이 물렸다. 호르몬제와 화학물질의 이름을 단 쇠로된 이빨에게 사정없이 물렸다. 선생님, 당신이 내 예술에 대한 박해의 주모자라고 말해주십시오. 선생님, 당신이 내 예술에 대한 박해의 주모자라고 말해주십시오. 선생님. 선생님, 모든 것은 당신과 당신들의 탓입니다. 나는 궁지에 몰렸다. 나는 기만을 위한 기만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기가 괴롭기 때문에 기만을 위한 기만에게서 도피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기만한다. 내 어디에 잃어버린 것이 있고 내 어디에 채워진 것이 있단 말입니까. 자살. 잃어버리면 자살해야한다. 충족되어도 자살해야한다. 나도 자살하고 내게 안락을 주려는 것들도 전부 자살해야한다. 거짓으로 도움을 청한다. 도와주세요. 내가 원하는 것은 독이다. 육체의 독과 정신의 독과 영혼의 독이다. 언어는 이미 모조리 뒤집어져있기 때문에 나는 실상을 말할 수 없다. 울 것 같다. 울며 죽을 것 같다. 글을 써야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