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서울에서는

Lim_ 2024. 7. 1. 09:09

서울에서는


 밤의 가로등을 모조리 꺼트려버려라
 우리에게는 휴식이 필요하고
 어두운 밤길을 손끝으로 더듬어 갈 때
 불현듯 구름 사이에서 나타나는
 창백한 달빛이 필요하다
 불빛이 모두 꺼지게 놔두어라
 태양이 온 사물을 돌출과 발광으로
 강조한 그 끝에
 우리는 더이상
 열파와 색채 들끓는
 세상을 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저 깊은 대양의 어둠을 살펴
 어떤 파도와 요동이
 꼭두각시 놀리듯
 기만하며 조소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눈을
 거꾸로 뒤집어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을
 기필코 보려하니

 밤을
 되돌려놓아라
 불을
 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