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5 - I see your rainbow rising.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다. 애당초 '가치'라는 단어를 자신만만하게 쓰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지만, 아무튼 언어로 하자면,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 뜨겁고 뿌연 수증기와 감각의 감금상태 때문에 모든 가치가 혈관 틈새로 새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말했다. 내 정신이 습기찬 공기 속에서 질식하고 있다고. 어린 소년이 어머니를 죽이고 그 시체에 욕정하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그때는 그 무엇도 과격할 것이 없었다. 정신은 끊임없이 욕망과 절망을 아무도 모르게 흘리기만 했다. 그 항아리는 항상 넘쳐흐르고 있었다. 두발로 일어서 걷기 시작한 순간을 저주한다. 눈과 입을 얻고 그것으로 사물을 보고 집어삼키면서 충만한 병질은 어딘가로 날아가버렸다. 아마도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부터 난 요구를 표현하지 않고 벽과 마주앉은 채 살아왔다. 살아왔다? 가벼운 말이다. 나는 내가 '살아'왔다는 것을 농담조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 아무튼 나는 요구하는 대신 끈질기게 증오하는 것을 택했다. 그편이 더 성질에 맞기도 했던 것이다. 나는 얕고 더러운 개울물에 투신하기도 했다. 그들의 도시적인 화학작용으로 정신을 밀어 떨어트리기도 했다. 기만과 모순을 마치 위대한 지혜라는 듯이 내뱉는 당신들의 역한 입김 사이에서 말이다. 이 한겨울에 나는 모기가 날아다니는 여름의 냄새를 맡는다. 내가 증오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진리를 찾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반사회성과 이질적인 소수들에게서 가차없이 눈을 돌린다. 그들이 찾는 진리는 그들의 단단히 닫힌 눈꺼풀 안에 새겨져있다. 어둡고 협소한 보편과 비겁하고 경멸적인 침묵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을 위한 기만을 찾았고, 그것으로 수 세기동안이나 자위만 해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땅에서 감긴 눈으로 진리를 말하고 장님의 지팡이로 경험을 더듬어대는 인종들을 오직 증오하기만 한다. 어쩌면 약간의 동정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그들의 무지한 가학이 낳은 상처와 피투성이의 시체가 너무도 많다. 그렇다. 그래서 나야말로 휴머니스트인 것이다. 끔찍이도 휴머니스트인 나는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습기찬 방에서 당신들을 뼛속 깊이 증오한다. 나는 희생 없는 종말을 꿈꾼다. 죄인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고, 가학과 가학이 충돌하기만 하는 관계들에게서 가죽을 벗겨내고, 수천만 번째로 무너지는 빌딩 위에서 수십억 번째의 무고하지 않은 모범시민이 겨울태양의 새하얀 광선 아래로 떨어져 산산조각 나기를 바란다. 개인이 마침내 모든 진실을 짊어지고 병원으로 끌려갈 것이다. 아, 내가 아는 모든 인간과 인간의 이미지들을 도무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증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입증할 수만 있다면!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고, 내가 증오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이 살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피부를 스치며 살았다. 나는 고요하지 않은 종말을 꿈꾼다. 나는 어린아이의 죽음과 껍질이 벗겨진 도덕을 본다. 그들 '진리를 찾는 자들'이 거의 모든 인간적인 절망을 낳았다. 그들은 진리를 외치면서 법전을 쓰고 감옥을 세웠다. 그들은 또 병원을 짓고 사막에 사는 사람들을 병실로 몰아넣었다. 그들이야말로 전시대, 전세계적인 파시즘과 홀로코스트의 주범이며 존경받는 밀랍인형이다. 나는 부정당한 욕망과 에너지들을 안다. 나는 그들의 어린아이가 무너진 비극에 깔려죽은 것을 듣고 그 난잡한 아이러니에 희열한다. 나는 빌딩들이 무너지는 순간을 찍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바닥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