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ideal(egloos)

2010/02/04 - 새하얀 사막에서 사는 그 개에 대하여.

Lim_ 2010. 7. 9. 14:12

 여기 빛나는 광증을 찾아 헤매는 한 마리 개가 있다. 개는 관념의 사막에서 과거와 환각의 경계선조차 잃어버렸다. 그래, 이곳은 너무 깜깜하다. 밤이 오지 않는 이 땅은 하루종일 태양빛으로 새하얗고, 개는 그곳에서 눈도 잃어버렸다. 죽을테냐? 시각을 잃었으니 광증이 빛나는지 빛나지 않는지는 만져보고 집어삼켜봐야 알 일이다. 어느 시점에서? 어느 시점에서 죽을테냐? 나는 자신의 입과 눈에서 쏟아져나온 불덩어리가 옮겨 붙어 타죽은 사람을 알고 있다. 그가 인간이기나 했던가. 그가 언제 단 한 번이라도 인간이었던 적은 있었던가. 여기 빛나는 광증을 찾아 헤매는 한 마리 개가 있다. 피골이 상접해 모래 위를 기어다니는 그 개는 물도 음식도 찾지 않는다.

 개의 노스탤지어는 구역질과 구토로만 가득하다. 그곳에는 다소의 몽환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몽환이야말로 바로 구토의 원인인 것이다. 개는 사막에서 빛나는 광증을 찾아 헤맨다. 개는 입으로 뇌수를 모조리 쏟아내듯이 토악질을 했다. 몽환은 그 신물에 전부 쓸려 내려갔다. 렌즈에 비친 태양은 필요 없다. 개는 목이 터져라고 짖어댄다. 말했듯이 그 개는 눈도 잃어버렸다. 개의 눈구멍은 새빨갛고 텅 비었다. 눈구멍이 새빨갛고 텅 빈 개는 사막에서 그 어떤 인간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열광한다. 여기에는 단내 나는 눈물을 흘리는 인간도 없고 그를 위한 렌즈도 없다. 개는 바싹 마른 혀로 모래를 핥는다. 그 개의 위장은 이미 퇴화한지 오래일 것이다. 새하얀 햇빛에 쪼여 끓어대는 개의 심장도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버터처럼 녹아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 개다. 여기 빛나는 광증을 찾아 헤매는 한마리 개가 있다. 아무도 없는 관념의 사막 위에서 그림자처럼 비척대며 떠도는 그것이 바로 그 개다. 개는 곧 죽기를 결심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아무튼 개는 죽지 못할 것이다. 개는 죽지도 못하고 빛나는 광증을 찾아 언제까지고 헤매기만 할 것이다. 개는 이미 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