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멀어지는 길
Lim_
2018. 10. 10. 00:49
멀어지는 길
한밤에 집으로 가네
점점 발이 무거워지고
난 어깨에 맨 가방을 들쳐 매고
가로등 밑을 조용히 지나
나 집으로 돌아가네
그러나 발자국은 점점
느려져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들이
전부 거짓말 같지
난 비몽사몽 꿈에서 깨어나서
거울을 보고 면도를 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어
내가 생시인지 아직 꿈을 꾸는 건지
그때 창 밖에서 요란하게
동전소리가 났고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지
내 턱에서는 한 방울의 피가 흘러내리고
거울을 향해 웃어보였다네
옷을 갖춰 입고 거리를 걷는 나의 모습은
누가 지적할 일도 없어 보였지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 금화소리는
날 가면 쓴 광대로 만들고
너무 길었던 하루가 끝나고 너무 짧은 밤이 오면
나 한 몸 뉘일 집을 찾아 가네
그런데 왜일까 걸으면 걸을수록
내 집에 더 가까워지면 내 발은
고철처럼 무거워지며 점점 더뎌지는데
해는 지평선 밑을 흐르고 있다네
나 또 잠이 들면 거짓 속의 죽음을 찾겠지
결국 깨버릴 짧은 모든 망각의 늪을
그리고 해는 날 두들겨 깨워 눈을 뜨고 말테고
그러면 나 또 거울을 보며 웃는다네
나나나나나나 나나나나나나 나나나나 나나나
나 아무 것도 없는 내일을 향해